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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원톱’ 굳혔지만… 갈 길 먼 신동빈號

‘롯데 원톱’ 굳혔지만… 갈 길 먼 신동빈號

기사승인 2015. 08. 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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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논란·순환출자 해소 등 '첩첩산중'
현장경영 고삐 속 정상화까진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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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일 롯데 ‘원톱(단일 리더) 체제’를 공식화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승리로 이끈 뒤 일본 현지에 남아 경영 현안을 챙긴 신 회장은 귀국 다음날인 21일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과 합작사인 현대케미칼 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 행보에 속도를 냈다. ‘진흙탕 분쟁’이 일단락된 모습이긴 해도 신 회장 앞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미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불과 0.05%의 지분만 가진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이 416개에 달하는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그룹 핵심 임원을 이사회 절차도 없이 해임하는 ‘황제경영’의 폐해와 비밀에 쌓인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이 이번 사태로 극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미 약속한 대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순환출자 구조 개선, 기업문화 개선 등을 해결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 회장의 경영권이 안정화 궤도에 오른다 해도 롯데가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과제는 적지 않다.

◇ “롯데=일본기업” 인식 뿌리 내려

롯데는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세간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지분구조 맨 위에 일본 기업인 L투자회자, 광윤사가 있고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의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롯데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다.

특히 올 상반기 한국 롯데 6개 계열사(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로지스틱스·부산롯데호텔·롯데알미늄·롯데캐피탈)에 대한 일본 측의 지분법 이익이 2034억원에 달하는 등 한국 롯데가 거둔 순이익 상당수가 일본 롯데 계열사의 수익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 논란이 불거지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도 위태로운 처지다. 지금까지 롯데가 정부의 특혜와 국민 지원을 등에 업고 몸집을 불려왔으나 국적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특혜성 사업인 면세점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도 롯데의 면세점 사업권 재검토를 정부에 요구하는 등 공세에 나서고 있어 올해 말로 종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재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 가족 분쟁 재발 불씨 여전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 이후 ‘진흙탕 싸움’이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신 총괄회장이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부회장과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신 총괄회장과의 화해는 경영 정상화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핵심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난 대국민 사과에 이어 주주들에게도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선 안된다.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못박은 바 있다. 가족이 그룹을 경영해 온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리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가족 분쟁이 재발할 수 있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호텔롯데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지시스템에 반기 보고서를 공시하며 5억원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 등기임원으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 사내이사 등의 이름을 올렸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제외됐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가족과의 화해보다는 가족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시각이다. 롯데그룹에서 최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업무보고 시간을 30분에서 15분으로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8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등록돼 있는 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 대한 배제 조치도 조만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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