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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개정안 움직임 두고 법조계 엇갈린 시각

배임죄 개정안 움직임 두고 법조계 엇갈린 시각

기사승인 2015. 09. 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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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환경 제고 계기"vs "기업 총수 방만 경영 심화"
배임죄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법조계에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경영 환경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과 “기업 총수의 방만 경영이 심화될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앞서 국회 부의장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논란이 돼 온 배임죄를 수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배임죄 성립 요건을 ‘자기 혹은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또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명백한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때’로 규정해 고의성이 있거나 목적범인 경우에만 적용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경영 과실로 인한 손해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 배임죄 조항인 형법 355조 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고의성에 대한 언급이 없고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문제점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운용됐다는 지적이 컸다.

이에 따라 재계를 중심으로 형법 등이 규정한 배임죄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의적인 잣대로 경영자를 처벌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너무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개정안이 ‘현실적 손해가 발생할 때’라고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다소 강화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는 “기업인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배임죄가 너무 결과의존적인 탓에 ‘잘못되면 무조건 네 탓’이라는 식으로 단죄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 법무팀장으로 있는 변호사 A씨는 “기존 배임죄는 경영 판단의 과정보다는 향후에 일어나는 결과에 따라 처벌의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다는 애로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형사법 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인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될 경우 방만 경영이 심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검찰 측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사실상 배임죄 조항을 사문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몸을 낮추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의원 발의 입법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관련 부처의 의견을 취합한 뒤 법안을 심사할 때 장관이나 관련 실국장이 입장을 밝혀왔다”며 “(개정안에 대한) 입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윤원기 법무부 검찰국 형사법제과 검사는 최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오락가락 배임죄 적용,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토론회에서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배임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돼 현재까지 기업질서 투명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기여해왔다”고 긍정 평가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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