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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국정감사,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기사승인 2015. 09. 2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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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인턴기자 국정감사 체험기] 국감장서 '수다', '휴대전화 통화까지'...일부 의원 증인 심문 중 반말투성이 "됐고" 외치고...자리 비우는 것은 다반사, 지각 출석 습성화, 참석자 꾸벅꾸벅 졸고, 정쟁으로 날새
가득 쌓인 국정감사 자료들
19대 국회 4년차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지난 21일 국회 한 상임위원회 앞 로비에 국감 자료들이 가득 쌓여 있다. / 연합
#1 9월 17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피감기관의 증인 선서와 업무현황 보고가 시작됐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의원이 옆 자리 의원과 큰 소리로 떠들었다. 동료 의원들과 국감 모니터 요원들이 ‘눈총’을 줘도 그 의원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른 의원들이 질의할 때는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까지 받았다. 어느 동료 의원도 자제를 촉구하지 않았다.

#2 9월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 한 국회의원이 자신이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심문을 하며 증인이 조금이라도 답변하려하면 “됐고!”를 외쳤다. 반말 섞인 질문을 하거나 “예, 아니오 만 대답하라”,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의원들도 있었다. 의원들은 피감기관과 증인들로부터 듣고 싶은 답변이 정해져 있거나 답변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19대 국회 마지막 4년차를 총정리하는 1차 국감이 23일로 끝난다. 추석 후 다음 달 1일부터 8일까지 2차 국감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인턴기자의 눈에 비친 국감 풍경은 ‘도대체 이런 국감을 왜 하는 것일까?’라는 국회와 의원들에 대한 강한 불신과 의문만 커졌다.

◇의원들의 늦장 출석과 ‘수다’, 휴대전화 통화까지

지난 17일 열린 법사위 국감장 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국감장 ‘지각’은 이제 습성화가 된 것처럼 보였다. 10시 정각 국감이 시작돼야 하지만 15분이 지나야 위원장이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은 흔한 광경이 됐다. 특히 국감장에 지각하는 의원들의 표정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피감기관장이나 모니터 위원들에 대한 미안함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한 지각한 의원은 “집에 돌아온 것 같다”며 표정이 밝기만 했다.

◇주인없는 텅빈 의원들의 의자

특히 이날 늦게 시작한 법사위 국감은 예정된 점심시간을 지나서까지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만 남겨 둔 채 질의 도중에 모두 자리를 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까지 벌어졌다. 여당 의원 2명은 2시간 13분 동안 진행된 오전 국감 동안 단 한 시간도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피감기관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말라’며 나무라던 국회의원들이 1년에 한 번, 바람직한 국가기관의 운영을 감사하라고 국민들이 부여해 준 소중한 시간을 마음대로 버리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쟁으로 날새는 국감, 참석자들은 꾸벅꾸벅 졸고

지난 21일 산자위 국감장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에너지 관리공단,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에 대한 감사가 있었다. 피감기관장 뒤의 기관증인, 보조자, 참고인들은 움직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그 열기 때문에 국감장은 웃옷을 벗고 싶을 정도로 후덥지근했다.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붙어 앉은 60명의 기관증인과 보조자들을 보며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 급기야 이들 중 다수가 감사 진행 중 꾸벅꾸벅 조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이날 국감의 하이라이트는 감사가 시작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고성과 막말이 오간 장면이었다. 발단은 중소기업진흥청의 인사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홍영표 야당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이었다. 여당은 증인채택 문제를 정치공세로 몰아가지 말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야당은 사실관계와 입장을 듣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목소리를 더 높였다.

특히 야당의 이원욱 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언급하며 진정 정치공세라고 생각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더 흥분하며 반발했다. 국감이 개회된 지 1시간 가까이 말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위원장이 결국 정회를 선포했다. 2015년도 국감 풍경은 여전히 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고압적인 자세가 주류였다. 국감을 왜 해야 하는지 원초적인 의문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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