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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권오준 회장의 ‘패착(敗着)’

[기자의눈] 권오준 회장의 ‘패착(敗着)’

기사승인 2015.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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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박병일 경제부 기자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는 이미 없다.” 최근 포스코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지나가는 말로 던진 얘기다. 하지만 국민기업 포스코를 바라보는 ‘뼈’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혁신과 변화를 외치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던지는 날 선 비판이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진행했던 사업중 불필요한 사업과 자산을 정리해 포스코를 변화시키겠다던 권 회장이지만, 정작 자신은 정 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질타다.

포스코플랜텍과 같이 정 전 회장의 비리와 연루돼 빠르게 매각했어야 할 부실 계열사 처리를 ‘차일피일’ 미뤘고, 직원간 순혈주의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사업 성격이 맞지 않는 대우인터내셔널을 개혁 순위에서 뒷전으로 미뤘다. 대우인터 매각이라는 칼을 뽑았지만 포스코 내부의 소위 ‘정준양 사람들’을 장악하지 못한 권 회장은 말 그대로 ‘무’ 한번 베지 못하고 칼을 거두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애매모호한 권 회장의 스탠스는 일각에서 지적하듯, 본인 또한 ‘정준양’이라는 색에 물들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취임 1년 7개월이 됐음에도 본인의 색깔을 포스코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권 회장을 대표할 만한 경영성과가 없다는 점도 포스코의 기업 가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실제로 권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확보 방안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들은 대부분 정 전 회장 시절 진행돼 왔던 것들이다. 권 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파이넥스 공법도 엄밀히 말하면 정 전 회장이 이룬 성과다.

파이넥스 설비가 상용화된 2007년은 정 전 회장이 생산기술부문 사장을 담당했을 때였고, 파인넥스 3공장 착공된 것은 2011년이다. 현재 권 회장의 성과로 여겨지는 중국 파이넥스 수출 역시 관련 양해각서 체결도 정 전 회장 시절 일이다.

권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의 주가는 ‘추풍낙엽’이었다. 1년 7개월새 35%나 폭락했다. 취임과 동시에 정 회장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한 것이 과거 비리를 현재 경영진에게까지 물들게 하는 ‘패착’의 결과다.

권 회장의 임기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시장은 애매모호한 권 회장의 ‘정준양 색 빼기’ 행보에 실망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대변하는 주가는 권 회장이 말하는 ‘위대한 포스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이 취임했던 2009년부터 실질적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2014년 1월까지 포스코의 평균 주가는 42만원이다. 현재 포스코의 주가는 2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권 회장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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