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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교권, 법조계 “교권보호법 국회 통과 시급하다”

무너지는 교권, 법조계 “교권보호법 국회 통과 시급하다”

기사승인 2015. 11. 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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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교사 A씨는 담배를 피우다가 걸린 학생 B군에게 담배를 건네라고 했고, B군이 이를 거부하자 욕설을 했다. 화가 난 B군도 욕을 하며 “학교 안 다니면 될 거 아냐”라고 소리를 질렀고, 학교 측이 등교정지 10일 처분을 내리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학교 측은 B군이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퇴학 처분했지만, 법원은 퇴학처분은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B군의 손을 들어줬다.

#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는 2학년 학생 28명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몰래 촬영해 돌려봤다가 무더기로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다른 여교사에 대해서도 ‘몰카’를 찍으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교사 2명은 사건 발생 후 큰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내고 심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일선 학교에서의 교권침해 실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권보호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2010년 2226건, 2011년 4801건, 2012년 7971건, 2013년 5562건, 2014년 4009건 등 총 2만5000여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폭언·욕설이 1만 53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업진행방해 5223건, 폭행 393건, 교사에 대한 성희롱 323건이 뒤를 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347건으로 집계됐다.

스승의 은혜를 높은 하늘과 깊은 바다에 비유하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됐다고 할 만큼 학생들이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것은 물론, 폭력까지 휘두르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이학재 의원은 2012년 7월과 9월에 각각 교권보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박인숙 의원 등은 ‘교원 등의 교권보호법안’을 통해 △교원 등의 교육활동을 방해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육감에게 위탁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의뢰하도록 할 것 △교원을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것 △학교에 학교분쟁조정위원회를 둘 것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운영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학재 의원 등의 ‘교권보호법안’은 △교원을 폭행·협박한 학생은 교육감이 지정한 전문교육기관의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게 할 것 △폭행·협박을 당한 교원을 위한 상담 및 치료기관을 설치·운영할 것 △학부모 등 학생이외의 자가 교원에 대한 폭행·협박 등 형법상의 범죄를 범한 경우에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게 할 것 △시·도교육청에 법률전문가 및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교권보호전담변호인단을 설치·운영할 것 △법령상 학교 출입이 허용된 자 이외의 자에 대한 학교 출입절차를 정할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은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및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과 일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며 “‘교권보호법안’을 별도로 제정할지 기존 법안을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는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한다. △교원이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등의 조항을 통해 교권보호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고 있을 뿐, 교원이 폭행 등을 당하는 등 심각하게 교권이 침해됐을 때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에서도 또한 6조의 1·2·3을 통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설치·운영과 시·도교권보호위원회와 법률지원단의 구성 및 운영을 허가하고 있으나, 그 외 부분에서 중복되는 측면은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미 3년 전 발의된 두 법안은 다른 법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계류 중이며,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법제화 외에 다른 방법으로라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교육청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올해 초 변호사 38명으로 이뤄진 ‘교권법률지원단’을 구성해 교권 침해 사안 발생 시 교원과 학교로 찾아가는 법률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또 교총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지난 2011년부터 ‘1학교 1고문변호사제’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만으로 교권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는 게 교육계와 법조계 대다수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1학교 1고문변호사제’의 경우 2015년 11월 현재 이 제도를 도입한 학교는 총 1610개교로, 전국 초·중·고 대비 약 14.0%에 불과하다.

충청남도교육청 정동치 고문변호사는 24일 “요즘엔 교원에 대한 인식이 예전 같지 않아서 침해 사례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현행 법령에는 교권 범위나 정의 규정이 전혀 없고, ‘교권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밖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 때문에 교권침해가 발생해도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가 힘들다. 교권보호법을 통해 명확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별 교육청이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상위법이 미비하면 큰 의미가 없다. 법령이 제대로 정비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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