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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 늘어난 무단횡단 사고…“과실 판단 기준은 무엇?”

무죄 판결 늘어난 무단횡단 사고…“과실 판단 기준은 무엇?”

기사승인 2016. 03. 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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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단횡단 안전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했다 하더라도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에게 더 큰 과실이 있는 것으로 봤던 과거의 판례들과 사뭇 다른 추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강인철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내버스 기사 이모씨(62)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시내버스를 몰다가 평소 무단횡단이 잦은 노원구 지하철 석계역 인근에서 김모씨(77)의 발을 버스 앞바퀴로 밟고 지나갔고, 이로 인해 김씨는 발목을 절단하게 됐다.

검찰은 “이씨가 전방을 각별히 주시하며 안전사고를 방지해야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것까지 자동차 운전자가 예견해 주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수원지법 형사1부(이근수 부장판사) 역시 버스중앙차로를 무단횡단하던 취객을 치어 숨지게 한 버스 운전기사 오모씨(57)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경기 하남시의 편도 5차선 도로를 달리던 중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한 채 중앙선 부근을 걷던 남성 두 명을 발견해 급히 핸들을 틀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이중 한 명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오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태만해 사고를 냈다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오씨가 운전자로서 기대되는 필요한 조치는 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는 오씨가 피해자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거리였고, 반대편 차량의 전조등 불빛 때문에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인정한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는 “과거에는 피해자 측 위주로 손해산정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예측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초 피해자가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면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므로, 가해자보다 피해자 과실을 더 크게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뢰의 원칙이란 교통규칙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운전자는 다른 사람도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으로 족하고, 다른 사람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규칙을 위반해 행동하는 것을 미리 예견해 조치할 의무는 없다는 형법상의 법리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러나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했다고 해서 모든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고 발생 지점이 편도 몇 차선 도로였는지, 당시 도로의 조명 상태가 어떠했는지, 보행자는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운전자가 시속 몇 km로 차를 몰고 있었는지 등 모든 조건들을 따졌을 때 운전자가 무단횡단 보행자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입증해야 무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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