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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 보러와요’ 강예원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인터뷰] ‘날, 보러와요’ 강예원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기사승인 2016. 04.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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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 보러와요' 강예원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는 변해야만 한다. 한두 개의 역할로 고착된 이미지는 배우에게 '독'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배우는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갈구하며 대중에게 각인된 기존의 이미지를 깨부수기 위해 노력한다. 흥행 실패·저조한 시청률 등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배우만이 결국 자신만의 인장을 가진다. 대중은 그런 배우들에게 '별'을 달아준다. 배우 강예원이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예원은 데뷔 초 김지은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연기보다 볼륨 있는 몸매로 유명세를 탔다. 노출 장면만이 부각되면서 흥행에 참패한 영화 '마법의 성'은 신인 배우 '김지은'에게 시련을 안겼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인해 고착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이름을 바꿨고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해운대' '하모니' '헬로우 고스트' '퀵' 등의 흥행 작품에 김지은 대신 '강예원'이란 이름을 남겼다. 

[인터뷰] '날, 보러와요' 강예원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 사진=조준원 기자

강예원은 새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를 통해 또다시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 영화는 코믹한 이미지의 여배우로 통했던 그의 첫 스릴러물이다. 관객들의 평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어떤 계기로 스릴러에 과감히 도전한 것일까.

"제 스스로는 스릴러 장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하고 싶은 장르였죠. 보통 스릴러물에서는 여자 배역을 엄마 아니면 희생양 등으로 그리다 보니 여자가 주인공인 스릴러물을 찾기는 어려웠죠. 그런데 저를 곁에서 오래 지켜본 제작자들이 저에게서 어두운 면을 발견하고 이 작품을 제의해주셔서 감사했죠."

'날, 보러와요'는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 이송·감금된 여자 강수아(강예원)와 그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된 나남수 PD(이상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강예원은 정신병원 화재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경찰서장 살인사건의 용의자 강수아로 분한다. 설정 때문에 그는 거의 대부분을 갇힌 공간에서 연기했다.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배우 및 스태프들과 말을 섞지 않았다고.

"강수아 역에 몰입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말을 하지 않았어요. 다른 작품을 촬영할 때는 배우 및 스태프들과 교감을 나누는 편인데 '날, 보러와요'에서 만큼은 그러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낯선 상태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말을 하지 않으니까 스태프들이 저를 독방에 가두더라고요. 나중에는 그 독방이 아늑하게 느껴졌어요.(웃음)"

[인터뷰] '날, 보러와요' 강예원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 사진=조준원 기자

촬영 기간 강예원은 철저히 강수아로 살았다. 아니, 살아야 했다. 좋은 기회는 어느새 무거운 책임감으로 바뀌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촬영이 끝나고 강수아에서 강예원으로 돌아가는 게 무서웠다고 고백하는 그에게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촬영이 끝나고 영화 속 강수아에서 일상의 강예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무섭고 싫었어요. 이 영화를 찍을 때 한 번은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 일정을 미루기도 했어요. 제가 만들어 놓은 '강수아'에 완벽히 빠져 있었던 거죠. 강수아의 삶에 익숙해지다 보니 촬영장이 좋았어요. 무섭지만 무언가에 훅 빠져 있어서 좋은 느낌이었죠. 이런 역할을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이 늘었죠."

부담감이 커질수록 자책하게 됐다. 제작보고회 때 '전도연'을 언급하며 스스로를 과소평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배우로서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제가 민폐가 될까 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한 번은 전도연 선배가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죠.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까요. 시나리오를 보고 한국 여배우들이 이 영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제가 아니어도 더 좋은 배우들이 강수아를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단연 강수아다. 강예원이 이 인물을 어떻게 연기했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완성도과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는 시나리오가 찢어질 정도로 한 장면 한 장면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고 했다.

"강수아란 인물이 각 장면에서 어느 수준까지 감정을 내비쳐야할지 디테일하게 계산하며 연기했죠. 시나리오에 적힌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각 상황들이 튀지 않게 잘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나남수 PD와 마주하는 장면을 가장 먼저 찍었는데 이때는 앞선 상황을 상상하고 연기해야 했어요. 제 톤에서 조금 더 힘을 빼기 위해 마이크를 옷에 달아달라고 했어요.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전달하려는 의도였죠. 정말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인터뷰] '날, 보러와요' 강예원 "정확한 연기를 하고 싶었죠.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 사진=조준원 기자

강수아가 아닌 강예원은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등의 예능 속 모습 그대로 털털했다. 잇따른 흥행 실패에 걱정은 없는지 물었더니 되레 호방한 대답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흥행에 욕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욕심이 생겨요. 인생의 흐름이란 게 있잖아요. 지금이 흥행을 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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