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양적완화 대신 구제금융 될라…이주열의 고민

[취재뒷담화]양적완화 대신 구제금융 될라…이주열의 고민

기사승인 2016. 05. 03.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강태윤
강태윤 경제부 기자
정부 경제 정책에 협조적이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선 선뜻 동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일 ‘한국형 양적완화’를 언급하며 이 총재를 압박 중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해운업종 등의 구조조정을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뒤따릅니다. 이 때문인지 정부로선 내심 한은이 나서주길 바라는 모양새입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인플레이션이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적완화(중앙은행의 통화 직접 공급으로 경기 부양)는 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할 카드다. 지금은 금리인하 등 다른 수단이 남아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전 교수는 “더욱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양적완화가 아니라 한은을 이용한 구조조정”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수출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할 경우 통상 마찰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특정 업종을 지원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다른 업종의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등에서도 이번과 같이 한은만 바라보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한은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한은 노조는 “구제금융을 돈을 찍어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날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발권력을 동원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형 양적완화 관련해 정부와 한은이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비춰지자, 한은은 황급히 진화에 나섰습니다. 2일 이 총재는 “기업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국책은행 자본확충 관련 대외발언은 관계기관 등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한은이 양적완화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결정하기까진 이 총재의 고뇌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재가 “양적완화는 비통상적인 방법이며 나쁜 마술일 수도 있다”는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의 말을 명심해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합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