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도, 경쟁상대 애플 아닌 마루티 스즈키

서남아 본부 역할 인도법인 사무실 이전, 스마트폰 점유율 50% 육박...외국계 1위 마루티 스즈키 제치기 위해선 10조원 이상 매출 기록해야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최근 입주한 인도 수도권 하리야나(Haryana)주 구루그람(Gurugram) DLF 허라이즌 센터(Horizon Center)./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본사 사무실을 이전하고 가전·휴대폰 인도 시장에 대한 판매와 서비스 전략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인도 내 외국계 기업 중 매출 1위’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도법인 관계자는 11일 “인도법인은 서남아시아 총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판매·서비스 부문 사무실 이전을 계기로 인도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서남아 시장에 대한 판매와 서비스를 강화,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사무실은 인도 수도권 하리야나(Haryana)주 구루그람(Gurugram)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인도 최대 부동산 업체 DLF가 40억 루피(700억원)를 투입, 최근 완성한 24층 건물로 삼성전자의 판매·서비스 부문이 지난 9일 20~24층에 입주했다. 입주와 함께 힌두 전통식 입주 행사인 푸자(Puja)도 진행했다.

새로운 사무실에는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주요 부문 중 공장과 연구소를 제외한 부문이 입주, 서남아시아 본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업무협력을 하고 있는 삼성SDS가 20층, 제일기획 일부가 7층에 각각 입주했다. 페이스북 인도법인이 조만간 입주할 예정이고, DLF가 지은 옆 건물에는 구글 인도법인이 입주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법인의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사무실에는 책상도 없이 근무하는 동료도 있었다”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했다.

새로운 사무실 입주를 축하라도 하듯 시장조사 기관 GfK는 10일 삼성전자가 올 1분기(1~3월) 인도 스마트폰 시장 ‘합리적 가격(affordable)’ 부문에서 5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보다 15% 포인트(p) 성장한 수치다.

800만대가 팔린 갤럭시 J시리즈가 이 부문 판매를 견인했다. 이 부문은 6000 루피(10만 5000원)~1만5000루피(26만3000원) 가격대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전체 스마트폰 판매의 65%를 차지하고 있고, 수익성이 좋아 인도·중국 기업들이 보조금 혜택을 주면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이어 2~3위를 달리고 있는 인도 마이크로맥스와 중국 레노보의 점유율은 각각 16%, 11%(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머물고 있다.

홍현칠 삼성전자 인도법인장./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앞서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올 1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3만 루피·52만6000원 이상) 부문에서 62%를 기록, 37%에 머문 애플을 제쳤다고 밝혔다.

마누 샤르마(Manu Sharma)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 담당 부사장은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전체에서의 삼성전자 점유율은 48.6%”라고 했다.

이 같은 호성적은 홍현칠 삼성전자 법인장이 지난해 12월 제시한 ‘인도 다국적 기업 중 매출 1위’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현재 1위는 자동차 생산업체 마루티 스즈키로 승용차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위상과 닮았다. 마루티 스즈키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5513만3600만 루피(8조7000억원)였다. 올 1분기 매출은 1492억9500만 루피(2조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분기 1327억2500억 루피(2조3000억원) 대비 12.5% 성장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경우 1분기 매출이 다른 분기에 비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마루티 스즈키를 제치기 위해서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