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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 정치권이 키운 ‘반기문 대망론’

3류 정치권이 키운 ‘반기문 대망론’

기사승인 2016. 05.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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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출신·중도·외교력 강조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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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준비된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스스로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댕겼다.

4·13총선 이후 대선주자 기근에 시달리는 새누리당에선 반 총장이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반 총장의 여권행이 높게 점쳐지자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 등 다수의 후보군을 지닌 야권은 정치적 김빼기에 나섰다. 하지만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현실화한다면 야권의 대권 구도도 출렁일 전망이다.

반기문 대망론의 배경엔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 현상이 깔려있다. 기존 정당과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겹치면서 비교적 때가 덜 묻은 외교 관료 출신의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도 차기 대권 주자로서 긍정적인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키워드는 ‘통합’이다. 반 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조찬 모임에서 “분열을 시키는 사람이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 통합시키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에도 국내 정치 상황을 겨냥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은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한국사회에 들끓고 있는 편 가르기와 이념 논쟁 등 사회·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영호남의 극한 대립 속에서 지역색이 옅은 충청권 출신 대선 주자라는 점은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이다. 정치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계파·보스정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중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단 점에서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울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역설적이게도 반기문 대망론의 원천 요소들이 그의 자산이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정당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정치적 기반이 없는 데다 국제 무대에서만 활동한 탓에 경제·민생을 두루 아우르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향후 여권의 양대 축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갈라선다면 반 총장의 대선 본선 승리도 어려울 수 있게 된다. 국내 정치판의 혹독한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평생 쌓아온 이미지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계 개편론과 맞물려 그의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이 바로 여권으로 직행하지 않고 제3지대 정치세력 형성 후 여권과 합쳐 대선에 출마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반 총장이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고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대권 메시지로 던진 만큼 퇴임 후 국내 정치에 몸담더라도 기성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 총장도 여권, 그것도 친박(친박근혜)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자주 만난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마찬가지였다”며 “확대해석에 스스로도 기가 막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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