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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어린이집 설치’ 뒷짐 진 금융사…신한금융그룹 가장 취약

‘직장 어린이집 설치’ 뒷짐 진 금융사…신한금융그룹 가장 취약

기사승인 2016. 09.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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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투, 지난해 실적 선방에도 영유아보육법 외면
신한카드 등 10곳 경고장에도 '모르쇠'
"장소 확보 어렵고 설치비 부담"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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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익을 낸 금융 사업장들이 정작 사내 기혼 여성들에 대한 복지는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직장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어긴 금융 사업장 10여곳에 1차 경고를 내렸지만 정작 어린이집을 설치하겠다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사업장들은 모두 설치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거나 이용대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의무 규정을 어기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로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어겨 경고받은 금융권 사업장은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보험, 신한카드, 아이엔지생명보험, 우리에프아이에스, 유안타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현대증권, 미래에셋 등 10곳이다.

영유아보육법상 사업장에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일 경우 직장내 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설치가 어렵다면 위탁보육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보육대상 영유아수의 30% 이상을 위탁해야만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고 있다.

직장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규정을 가장 많이 어긴 곳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설치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고 설치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 2155억원을 기록,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보육대상 영유아수가 638명에 달하는 신한카드는 설치장소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없다고 보건복지부에 소명했다.

은행권 중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사내 기혼 여성들의 복지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사업장 중 가장 많은 보육대상 영유아수(1344명)를 기록했음에도 ‘이용 대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과거 설치했던 직장어린이집을 원아부족으로 폐쇄한 경험이 있어 현재는 직원들에게 보육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들 사업장들이 ‘이용대상 부족’이라고 소명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명단을 공개한 것”이라며 “1차 이행명령 후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원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사내 어린이집은 거의 없었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유안타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모두 설치장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유아법을 어겼다.

특히 이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위탁보육을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출자해 만든 금융투자협회내 어린이집을 활용하고 있다”며 “위탁하면 자사 어린이집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수용인원은 103명에 불과하다. 신한금융투자의 보육대상 영유아수(303명)의 3분의 1수준이다. 현대증권(467명)과 미래에셋(308명), 유안타증권(225명)등을 합하면 수용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더 많다. 이들 사업장들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위탁을 했어도 30%수준을 넘지 않아 미이행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금융권은 물론 일반 사업장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데에는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점도 있다. 본점을 서울 시청에 두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어린이집 1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어린이집은 경기도 일산에 있다. 수용 가능한 인원도 50여명에 불과하다. 본점과 어린이집의 거리가 상당할 뿐 아니라 수용 인원이 한정적인데도 보건복지부측은 “설치만 하면 의무는 한 거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직장내 어린이집에 대한 의무는 규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사업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회사가 조사해서 보육시설이 필요한 곳에 설치를 하라는 의도이긴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설치를 두고 은행들의 고충도 외면할 순 없다. 본점 외에 몇 백개의 영업점을 두고 있을 경우 어린이집을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는게 사실 쉽지 않고 한꺼번에 늘리는 것도 어렵다”며 “올해 3개를 목표로 추가 설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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