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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총파업 이후 후유증 겪고 있는 은행들…노사간 갈등 심화

9·23 총파업 이후 후유증 겪고 있는 은행들…노사간 갈등 심화

기사승인 2016.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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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파업


“금융노조 파업에 참여한 게 후회됩니다. 노조는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 말하곤 있지만 파업후 사무실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네요.”

시중은행 모 지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파업에 참가했다가 요즘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당시 지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의 말만 믿고 총파업에 참여했지만 혹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9.23 금융노조 총파업 이후 각 은행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사간 총파업 후유증을 앓고 있다. 파업에 참여한 일부 은행원들이 결근·지각처리를 당하자 노동조합이 황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은행별로 총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에 대한 대책이 달라 향후 노사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조는 총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조합비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사내 게시판에 게재했다. 또 결근과 지각 처리된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서 사측은 파업 참가자에 대해 결근 처리했으며 급여 지급시 차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할 것을 은행측에 지시했다. 은행측도 파업 당일 휴가처리하는 직원들에게 사유와 행선지, 상세내용을 기재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휴가 사용을 아예 반려하도록 독려했다.

사측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번 총파업 참여율은 예상보다 적었으나,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이번에는 노조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노조 간부들이 전국 영업점을 다니며 총파업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번 총파업 집회에 약 4000명이 투입돼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곳이다.

약 3700여명이 참여한 NH농협도 파업 참여 직원들 모두 결근처리했다. 향후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사측과 총파업 직원들에 대한 보상 체계를 논의 중이다. 노조 측은 사측과 협상되지 않을 경우 우리은행처럼 조합비로 임금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총파업에 가장 적게 참여한 신한은행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 해당 직원들을 모두 결근 처리했다.

KEB하나은행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파업 참여 직원들을 결근 처리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금융노조 총파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시각과 더불어 2차 후폭풍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총파업 이후 사측이 불이익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특히 총파업 이후 노조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11월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노조 선거 이슈로 인해 현 노조가 힘을 잃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구 외환과 구 하나은행 노조 통합 선거를 앞두고 있어 총파업 관련 이슈는 뒷전인 상황이다.

A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는 직원들의 불만을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며 “최근 은행권에서 노조 관련 선거 이슈가 많아 사실상 예전처럼 강성으로 반대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강하게 성과연봉제 반대를 주장한 금융노조에서도 사측과 당국의 압박을 끝까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월말 14개 은행장들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측)를 탈퇴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초강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노조가 사용자협의회에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8차 산별중앙교섭을 사용자협의회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처럼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고 있어, 총파업 이후의 노사간 문제들을 노조가 잘 풀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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