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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달러 마케팅의 위력

[칼럼] 1달러 마케팅의 위력

기사승인 2016. 11.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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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밝히자 1달러 마케팅이 얼마나 모험적 베팅인지, 또 홍보 효과가 얼마나 천문학적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CBS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 연봉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나는 1년에 1달러만 받겠다"고 밝혔다.
  

연봉 1달러는 액수 그 자체보다도 트럼프가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이 되면 연봉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지켰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억7000만 원 정도다.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하자 "바로 그거야.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대통령" 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단돈 1달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한 것이다. 연봉 1달러 소리를 듣는 순간 말은 거칠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받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1달러로 대통령 연봉 4억70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의 재산은 10조 원 정도다. 하지만 재산이 10조 원이 아니라 100조 원이 되더라도 연봉을 1달러만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1달러라는 말 한마디로 수천만, 수억 달러의 효과를 본 셈이다. 1달러. 미국에서 액수는 적지만 의미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트럼프가 1달러로 많은 국민들에게 약속을 지킨다는, 국민을 잠시라도 기분 좋게 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1달러의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1달러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천 원짜리 한 장이다.
 

1달러는 여러 곳에서 액수 이상의 의미로 통한다. 우선 교회에서 헌금할 때도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1달러짜리 지폐를 낸다. 1달러를 내고도 헌금이 적어서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 있게, 기분 좋게 1달러를 헌금함에 넣는다. 우리는 천 원짜리 한 장을 헌금으로 내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너무 적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여행지에서도 1달러의 위력은 통한다. 호텔에서 자고 나올 때 베개 밑에 1달러를 놓고 나오는 데 벌써 몇 십 년째 1달러인지 모른다. 투숙객도 1달러면 된다고 여기고, 종업원들도 1달러에 감사한다. 1달러가 적다고 여기지 않는다. 1달러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미 정부는 구매실험을 통해 1달러의 덕을 봤다. 오픈소스 개발을 1달러에 끝낸 것이다. 오픈소스'마이크로 펄체이스'의 개발 비용 3999달러(약 400만원)를 미리 제시하고 경쟁을 통해 가격을 계속 낮춰 1달러에 개발계약을 맺었다.
 

이와 반대로 1달러부터 입찰이 시작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최고 50만 뉴질랜드달러(약 4억원)에 달하는 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사고 차량이 낙찰 예정가격 1달러에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나와 입찰경쟁을 벌였다. 입찰 경쟁이 붙으면서 수 만 달러를 벌써 넘어섰다는 보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상선이 최근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인수에 입찰가 1달러를 제시했다.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 항만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물류 거점이다. 현대상선은 이러저런 말이 나오자 5억 달러가 넘는 순부채와 약 1000억 원 수준의 연간 운영비 소요 등 추가 부담 등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스웨덴의 세계 최고 말뫼 조선소에서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였다. 조선업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1달러에 팔렸다. 크레인을 1달러에 팔고 눈물을 흘리던 도시 말뫼는 지금 에코시티로 탈바꿈했다.
 

아예 1달러보다 적은 1원으로 승부를 낸 곳도 있다. LG 유플러스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 전 군 생활관에 들어가는 4만5000대의 수신용 휴대폰을 1원에 입찰했다. 1원을 써낸 것은 절차상의 문제이고 실제는 병사들에게 4만5000대의 전화기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1원만을 받았지만 병사들을 통한 브랜드 홍보는 엄청날 것이다.
 

우리가 가볍게 여기는 1달러. 대통령이 써먹으면 국민을 기쁘게 하고, 기업이 사용하면 비용을 절감한다. 여행자가 사용하면 큰 감사가 된다. 교인들이 사용하면 의미 있는 감사헌금이 된다. 1달러가 주는 행복이다. 1달러 마케팅은 사실상 공짜 마케팅인데 국세청에서 볼 때는 세금이 덜 걷히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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