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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시집갈 날 등창 난 해양수산부

[취재뒷담화]시집갈 날 등창 난 해양수산부

기사승인 2017. 02.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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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강태윤 경제부 기자
‘시집갈 날 등창이 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때에 탈이 난다는 뜻입니다. 지난 6일 올해 크루즈 산업 활성화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한 해양수산부가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날 해수부는 크루즈 관광객 200만명 유치와 함께 국내 주요 항만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운항 42항차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국내 항만의 크루즈 선박 기항지 운영은 국내 크루즈 관광객 저변 확대와 국적선사 설립의 단초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인천에서 출항할 예정이던 코스나 세레나호(11만4000톤, 여객 3780명)의 운항이 취소됐습니다. 운영사인 투어컴크루즈의 모객 활동이 회사의 예상과 달리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크루즈선 운영 경험이 없는 ‘초짜’인 투어컴이 지난해 롯데관광개발·하나투어 등이 수익을 거두자,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든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크루즈 여행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모객 영업을 시작하는데, 투어컴의 경우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고 오판한 것입니다. 자금 상태도 여의치 않아 크루즈 입항 1달 전까지 현금으로 선사에 완납해야 하는 용선료도 지불하지 못했습니다.

투어컴 관계자는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인정하며 “고객의 피해가 없도록 환불 등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불똥은 해수부에도 튀었습니다. 올해 첫 국내 항만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결항되면서 국내 크루즈 산업 저변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국내 모항 운항 계획 42항차 중 투어컴이 6항차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이달 예정된 4항차는 최소가 확정됐으며, 오는 5월에 예정된 2항차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일각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크루즈 관광객 200만명 달성을 비관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지난달 기항지에 입항한 크루즈 관광객은 10만명으로 전년 동기(6만명) 대비 73% 증가했다”며 “올해 크루즈선 입항이 당초 계획인 1125항차보다 139항차 줄었지만, 200만명 달성 유치를 위해 범 정부 포트 세일즈 조기 실시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사자성어처럼 해수부가 이번 악재를 딛고 크루즈 산업을 2020년 10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황금알로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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