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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봉하마을을 가다

[르포]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봉하마을을 가다

기사승인 2017. 05.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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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노무현 대통령 못다한 꿈 이뤄달라"
가족단위 등 추모객 발길 북적
마을 곳곳에 노란 추모 물결
"만인이 행복한 사회 올거라 믿어"
문재인 대통령 응원 현수막·방명록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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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거행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23일)를 앞두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응원 현수막이 걸려있다. / 임유진 기자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10분께 진영역에서 봉하마을로 가는 마을버스 10번은 추모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볐다.

봉하마을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노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그의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봉하마을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한 꿈! 문재인 대통령이 이어주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노무현의 이름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선! 문재인 대통령님~ 앞으로 30년은 책임지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시민들은 내리쬐는 따사로운 봄 햇살에 개의치 않고 가족이나 연인들과 손을 잡고 봉하마을 곳곳을 살폈다. 봉하마을 거리를 따라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람개비들은 산을 등지고 힘차게 돌고 있었다.

평일인 이날에도 주말 못지않게 많은 시민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노 대통령을 기리고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일인 23일 추도식의 구호도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사는 세상’으로 확정됐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구호와 노 전 대통령이 생전 강조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합친 문구다. 문재인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뤄달라는 지지자들의 마음이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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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한 추모객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 임유진 기자
아이 손을 잡고 봉하마을을 찾은 김태환(43)씨는 “앞으로 새 정부가 잘 됐으면 하는 희망 때문에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참배 배경을 밝혔다. 김씨는 “추도식 당일 날은 일을 하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어서 오늘 가족끼리 시간을 내 왔다”면서 “앞으로 세상은 이 아이가 잘 사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들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노 대통령 묘역에서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던 정모(42·대구·여)씨는 “새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과거 정부는 권력 있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간 것 같은데 문재인정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8주기 추도식을 맞아 친구와 봉하마을을 찾은 안모(61·여)씨는 “생전에 노 대통령을 좋아해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한걸음에 내려왔다”며 “문 대통령이 지금 잘하고 계시니까 믿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민주당 경기 파주갑 지역위원회 소속인 50대 중반의 황순이씨는 “노 전 대통령 8주기를 추도하기 위해 지역위원회에서 당원들과 같이 올라왔다. 내일 추모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문 대통령이 개혁정부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집권 비전을 많이 내놓으시지 않았느냐.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이병선(57)씨는 방명록에 ‘후손들이 뜻을 이루리’ 라고 소망을 적었다. 이씨는 “봉하마을은 몇 년 전에도 왔었고 오늘은 일부러 날을 잡아서 왔다. 노 대통령은 우리 나이 또래들이 청문회 때부터 존경하는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의 친구인 문 대통령도 잘하실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 모두 불안한 게 경제문제니까 문 대통령이 이 부분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추모객들의 차기 정부를 향한 기대감도 엿볼 수 있었다. 방명록에는 ‘문통(문 대통령) 지키겠습니다’ ‘이제 드디어 사람사는 세상이 오려나 봅니다’ ‘8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등의 노 전 대통령을 기리며 문재인정부가 그 뜻을 지켜달라는 바람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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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묘역 근처에는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든 박석 1만 5000개가 깔려있다./임유진 기자
노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부터 봉하마을에서 거행된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친구 노무현을 만난 부산 경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가고 싶다”며 “가서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못 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습니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라고 언급했었다.

이날 봉하마을 곳곳에는 노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손수건과 노란 바람개비, 노란 풍선을 든 추모객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노 전 대통령 생가와 묘역을 둘러봤다. 헌화를 마친 추모객들은 너럭바위를 삥 둘러싸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발 밑을 바라보니 묘역 근처 바닥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정의가 춤추는 세상을 다함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참된 대통령’이라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긴 1만 5000여개의 국민참여 ‘박석’이 깔려있었다. 지난 2010년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추모와 애도를 담은 글귀였다. 8년이 흐른 2017년 5월 대한민국, 이 메시지는 새롭게 쓰여질 새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기대감과 희망이 담긴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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