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온 알파고…커제에 첫판 완승

알파고가 더 강해졌다. 판단은 더욱 빨라졌고 착점은 정확했다. 알파고는 중국 최고의 바둑기사 커제와 대국에서 이세돌 9단과 대결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다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냈다. 구글은 알파고로 확보한 AI 기술을 바탕으로 자사의 번역·사진분류 서비스 등을 고도화해왔다.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1국에서 커제 9단을 상대로 289수 만에 백 한집반 차이로 승리했다.

커제 9단은 알파고의 온라인 대국 기보를 참고해 평소 자신의 스타일과 다르게 3번째 수를 삼삼으로 뒀다. 초반 포석을 비틀어가며 극단적으로 실리 바둑을 구사했지만 알파고는 두텁게 판을 짜나가며 커제 9단을 옭아맸다.

대국 중반부 알파고가 버린 돌이 커제의 수중에 들어갔지만 커제의 압박감은 커졌다. 결국 알파고의 기발한 수가 나올 때마다 커제 9단은 장고를 거듭하며 더딘 착점을 보였고, 알파고는 주변 돌들을 활용하며 쉽게 착점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국 후 인터넷바둑을 통해 실전감각을 익혔다. 커제 9단과 대국을 앞두고도 기보를 익히는 지도학습 대신 강화학습을 지속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인터넷바둑이 강화학습의 일환이었다. 인터넷바둑 60판 전승은 알파고의 기록이다. 알파고와 대결에서 국내 바둑 1인자 박정환 9단도 패배했다.

구글은 알파고에 바둑을 학습시켜 머신러닝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수십 만가지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바둑을 알파고가 수행하면서 비정형적인 판단능력을 기르길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알파고의 기술을 암진단과 자동번역 시스템 등에 적용했다. 인간의 신체 곳곳에 발병할 수 있는 암을 기계가 알아내고 치료법을 제안하려면 수없이 많은 경우를 따져야 한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아직도 바둑에는 사람이 밝혀내지 못한 신비한 영역이 존재한다”며 “알파고는 사람이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바둑의 신비를 파헤치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한편 커제 9단과 알파고의 격돌은 25일 2국으로 이어진다. 커제는 2국에서 백돌을 쥔다. 세 판을 모두 치르는 조건으로 커제 9단은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는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이며 초읽기는 60초 5회가 주어진다. 세 차례의 대국에 걸린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약 17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