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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온 런치박스]힌두교와 이슬람교에 감동을 선사한 라마단

[인도에서 온 런치박스]힌두교와 이슬람교에 감동을 선사한 라마단

기사승인 2017. 06. 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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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마스지드
인도 뉴델리 북부 찬드니초크에 위치한 자마마스지드에서는 라마단 기간 금식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오랜 종교 갈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인도의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사이에 한 힌두교인들의 배려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북부 찬드니초크(Chandni Chowk)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찬드니초크는 뉴델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임과 자마마스지드가 있는 곳이다. 자마마스지드는 뉴델리에서 가장 거대한 이슬람교 사원으로 1656년에 완공된 무굴제국의 샤자한의 마지막 건축물로 예배를 올리기 위해 매일 수천 명이 모여든다. 라마단이 시작된 이후 방문객의 수는 하루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마마스지드 남문 쪽에 위치한 칼란 스위트(Kallan Sweet)라고 불리는 가게는 최근 인도 내에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곳이다.
칼란 스위트
자마마스지드 근처 칼란 스위트 가게에 근무하는 힌두교인이 무슬림 동료와 라마단기간 금식을 함께 해 주목받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칼란 스위트 사장 모함메드 샨(Mohanmmad Shaan)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을 칭찬했다. 그는 “16년간 함께 일을 해온 코셜 싱(Kaushal Singh)이 라마단 기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자신도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힌두교인들이 우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끼니를 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셜 싱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금식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만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힌두교이지만 모든 종교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친구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 라마단의 금식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들의 말대로 라마단의 금식에 동참한 힌두교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찬드니초크의 의료가게 사장인 비카스 싱(Vikas Singh·37)은 벌써 10일 넘게 점심을 거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무슬림 친구와 라마단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는 “라마단은 힌두교 행사가 아니지만 의미는 알고 있다”며 “40도가 넘는 더위에서도 물조차 마시지 않고 일하는 동료를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무슬림이 아닌 나는 물을 마셔도 상관없지만 그를 두고 마실 수는 없었다”며 라마단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로간의 문화를 체험하고 존중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우리는 매년 서로간의 종교행사를 축복해 준다”고 말했다.
라마단
자마마스지드로 모이고 있는 무슬림들의 모습/=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라씨(Lassi·인도식 요구르트)가게에서 일하는 인데르젯 쿠마르(Inderjeet Kumar·29)도 라마단 금식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마시는 음료를 파는 입장에서 힘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같이 금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힌두교인들의 이러한 배려에 같은 지역에 있는 무슬림들 역시 고마운 마음을 비췄다. 아쉐드 칸(Arshad Khan)은 “우리가 먼저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언제든지 물을 마실 수 있고, 로띠(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며 “아무런 일이 아닌 것 같아보여도 이것은 무척 큰일이다.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 누군가 옆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 식욕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를 생각해서 자신들의 끼니를 포기했다. 우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민족의용단(RSS)과 암소자경단들이 무슬림을 공격하는 사건으로 두 종교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하지만 서로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갈등은 해결할 수 있다”며 종교 간의 화합을 강조했다.
라마단
이슬람력 9월을 의미하는 라마단 기간에는 일출에서 일몰까지 매일 의무적으로 금식을 한다. 자마마스지드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찬드니초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종교의 배려는 현지 언론에서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0일 힌두스탄 타임스(HT)는 “종교 간의 화해는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라마단이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감동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을 무슬림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힌두교인들의 배려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인도 내에서 힌두교와 무슬림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매우 좋은 사례”라며 두 종교의 화합을 이야기 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9월을 의미하며 한 달 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매일 의무적으로 금식을 한다. 올해 라마단은 지난 5월 27일에 시작되어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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