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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낮은 포복’에 당황한 야당

문재인 대통령의 ‘낮은 포복’에 당황한 야당

기사승인 2017. 06. 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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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야당을 향한 읍소’였다. ‘재난에 가까운 청년실업’을 해소할 마중물이 될 추경에 대통령의 체면은 중요한 게 아님을 문 대통령이 몸소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정연설에서 가장 눈에 띤 대목은 “보고드린다”, “부탁드린다”, 의원님들“이라는 단어 사용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당부드린다“, ”편성했다“는 식의 국회에 통보하는 듯한 태도에서 벗어나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예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또 연설 형식에서부터 국회 본회의장 스크린에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 자료 22장을 띄우며 마치 실무자가 상사에게 보고하듯 ‘정성’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박수현 대변인, 한병도 정무비서관 등을 국회에 대동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을 전방위 대야(對野) 설득에 투입했다. 통상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정무수석 정도가 수행해왔던 관례와 비교하면 청와대 참모가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대야 협치’를 중요시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대야 협상 중시 방침은 지난 8일 정무수석에 국한하지 않고 청와대 전 참모진들이 수시로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라고 한 특별 지시에서도 드러났다. 과거와 같이 정국 돌파용으로 야당과 주고받기식 정치 흥정이 아닌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야당을 대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전례없는 야당을 향한 ‘읍소’는 연설 이후에도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국회 연설 직후 본회의장 통로에 도열해있던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역대 대통령들은 본회의장 중앙통로에 도열해 있던 여당 의원들의 박수 갈채를 받은 뒤 호기롭게 국회를 떠났지만 문 대통령은 방향을 야당석으로 틀어 야당 지도부급 인사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청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연설 내내 자신들의 의석 앞 컴퓨터에 A4용지 크기의 인쇄물을 부착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인쇄물에는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국민약속 5대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국민우롱 인사지명 대통령은 철회하라’ 등이었다.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는 시정 연설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차담회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귀 막고 눈 감은’ 한국당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과 악수를 청할 때는 의회 내 최고참 의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러자 서 의원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통령의 극진한 예우에 적잖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차담회를 거부하며 냉랭함을 유지하던 정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자 악수를 나누지 않을 수 없게됐다.

문 대통령의 ‘낮은 포복’에 야당의 버티기 전략도 차질 아닌 차질을 빚고있다. 야권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철회를 고리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안 표결 처리를 볼모로 잡고 있다. 하지만 취임 한달 후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연설에서 보여주듯 야당을 향한 극진한 소통노력을 다하고있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마냥 버틸지는 미지수다.

당장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추경 심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한국당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끝까지 자유한국당을 믿는다“며 ”함께 협치를 통해 국민께 봉사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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