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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열’ 이제훈 “이준익 감독, 존재만으로 의지 되고 환기돼”

[인터뷰] ‘박열’ 이제훈 “이준익 감독, 존재만으로 의지 되고 환기돼”

기사승인 2017. 07. 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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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이제훈/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크린 속 이제훈은 '박열' 그 자체였다. 일제에 정면으로 맞서며 불덩이 같이 뜨거운 청춘을 살았던 아나키스트 박열의 삶과 가치관을 진정성 있게 스크린에 펼쳐내 호평을 받았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다보니 자칫 왜곡하거나 미화될까봐 걱정이 컸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해야 하는지, 오버스럽거나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건 '이 인물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였어요. 그 어느 작품보다 매 신마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어요. 절망에 빠진 조선인들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박열의 마음이 잘 전달되길 바랐죠."

이제훈은 박열을 연기하면서 인물의 기개와 용맹함에 감명을 받기도 했다.

"일본 도쿄로 넘어오기 전에 유관순과 함께 3·1 운동을 펼친 인물인데, 일본식 사상교육을 받는데 대한 거부감에 적극적인 항일운동을 펼치다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껴 일본으로 건너간 분이에요. 통상 상해나 만주로 향하지만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저항운동을 계획했죠. 그 기개와 용맹함에 놀랐어요." 

뜨거웠던 청춘 박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제훈의 뜨거웠던 시절도 궁금해졌다. 

"데뷔가 좀 늦은 편이라 내 길이 맞나 하는 혼란기가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영화를 많이 봐왔고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나오는 모습을 동경해왔는데, 20대 초반에 연기를 결심하면서 이상과 현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거죠. '연기는 좋지만, 잘하면서 살 수 있을까' '먹고사는 문제는 없을까'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누군가 저를 발견하고 선택해 줘야 하잖아요. 그때 굉장히 치열했어요. 스물 다섯 살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배우 인생에 목숨을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 전공을 택해 학교도 새로 가게 됐죠."

치열한 고민 끝에 배우의 길로 접어든 만큼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고 경험하고 싶다는 그다. 

"제가 잘 할 수 있고 대중적으로 친밀한 작품만 하면서 안정적인 선택을 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라는 사람은 안정적인 선택을 참아낼 수 없어요. 아직은 도전하고 싶고 도전으로 이루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은 아직 보여줄게 많고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을 통해서 더 좋은 연기로 화답을 하고 싶어요." 

'박열'이 이제훈의 파격 연기 변신으로 돋보였던 건, 평소 그의 바른 이미지도 한몫했다. "속고 계신 거예요. 저랑 얘기를 나누다 보면 바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주변에서 '어른스럽다. 할아버지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반성하기도 해요. 저도 밝고 유쾌하게 사람들을 웃기고 싶은데, 자꾸 진중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 같아서 이젠 탈피하려고요."

이준익 감독에 푹빠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영화작업 뿐만 아니라 둘이 있으면 인생에 대한 사소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즐거워요. 제가 평소에 말이 많지 않고 듣는 입장인데, 감독님이 얘기하면 소년같이 해맑으니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고 유쾌해져요. 다행히 이 작품하면서 진중하고 심각한 게 계속 이어졌으면 녹다운 되고 힘들었을 텐데 감독님의 존재만으로도 의지되고 환기가 됐어요." 

'박열'은 배우들의 연기와 높은 완성도로 손익분기점 150만을 넘고 알찬 성공을 거뒀다. "시간이 지나서 재평가되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다시금 꺼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잊었던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출발점이 돼서, 많은 사람들이 울분을 씻고 자긍심을 갖는 영화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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