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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영국·체코 달려가는 정부, 원전수출 ‘아이러니’

[기자의눈] 영국·체코 달려가는 정부, 원전수출 ‘아이러니’

기사승인 2017. 1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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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프로필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영국·체코까지 달려가 각국 정부에 우리가 원전을 짓게 해달라고 수출 의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현재 영국은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그 규모가 무려 20조원에 달한다. 체코 역시 내년에 10조원대 원전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원전 수출을 위한 정부 노력이 필사적이고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속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정부의 최근 행보는 아이러니다.

지난달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를 놓고 각계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갈 때 정부는 공사중단이 원전 수출에 타격을 준다는 공사재개 찬성 측의 주장이 전개되는 마당에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서두르며 우회적으로 탈원전에 집중해 왔다. 결국 ‘건설 재개’로 시민참여단이 결정내렸지만, 정부는 더 이상 추가 원전은 없고 탈원전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정부가 이젠 우리 원전 기술력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자랑하며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국민 안전을 외치며 정작 우리는 사양하고 있는 한국형 원전을, 안전하고 기술력이 우수하니 사달라는 논리가 과연 그들에게 먹힐까. 향후 원전 수출경쟁이 벌어지면 경쟁국은 과거 정치권과 정부측의 발언·논리를 인용해 우리 원전을 공격할 것이 자명하다.

다행히도 한국형 원전 APR-1400은 국내에선 찬밥 신세였지만 각국 정부들은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원전시장은 자동차·반도체에 못지 않은 거대 수출 시장이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손에 꼽는다. 이같은 기술력을 갖기까지의 과정은 반도체산업 육성과 비견될 정도로 끈기와 의지의 산물이다.

이런 알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경쟁력을 다 갖춰 놓고 원전 해체시장으로만 눈을 돌리자는 주장은 허무하기 까지 하다. 이번 영국·체코와의 원전 협력 움직임도 사실상 원전수출보단 해체시장 육성에 더 관심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전수출을 장려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지원 예산은 35%나 줄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원전수출에 있어 정부 지원은 절대적이다. 모양새만 그럴듯한 보여주기식 수주활동으론 승산이 없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모든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탈원전’ 같은 이중 논리 대신, 하나된 주장으로 수출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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