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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보이지 않는 땅의 울음, 불안감 커지는 포항 시민들

[포항 지진] 보이지 않는 땅의 울음, 불안감 커지는 포항 시민들

기사승인 2017. 11. 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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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구 북쪽 11Km지역 규모 3.6 지진<YONHAP NO-1707>
20일 오전 6시 5분 15초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11km 지역에서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 지진의 발생 깊이를 12㎞로 분석했다. /제공=기상청
“쿵, 드드드득”

19일 오후 11시45분께 창문을 비롯해 아파트 집 전체가 요동쳤다. 수능준비 중인 아들이 토끼 눈을 한 채로 큰방으로 뛰어왔다. 서로 긴 말을 하기보단 옷부터 걸쳤다.

보이지 않는 땅의 울음에 놀랐고, 예고없는 분노에 경북 포항시민들은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분이 지난 후 기상청에서 재난문자가 왔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3.7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 여진치고 상당히 강했다. 16일 이후 여진이 줄어 불안감이 희석되다가 다시 불안감이 커졌다.

일단 현관을 나가 엘리베이터를 확인했다. 아파트가 15층이라 언제가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고 있었다. 맞은편 아파트에서도 불 켜진 가구가 많았다. 모두들 불안한 모양이다.

밖으로 대피 할까 고민이었다. 기온도 영하의 날씨로 떨어졌고 수험생인 자녀가 다음날 등교해야 되는 등 이런 이유로 대피하는 것보다 일단 집에서 대기하며 여진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험생인 아들은 불안해서 그런지 여진 발생 후 보던 책을 덮고 옷을 입은채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 한방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아들은 누웠지만 핸드폰으로 지진검색과 친구들과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불안감을 떨치는 듯하다.

4시가 넘은 새벽녘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또다시 굉음과 함께 침대와 책장 ,가구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잠에서 깼지만 꿈결인가 혼란스러울 때 아들도 놀라서 일어났다. 20일 오전 6시5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11㎞ 지역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다. 어젯밤보다 더 심한 듯 느껴졌다.

지난 19~20일 규모3.5가 넘는 여진발생으로 가까스로 지진 공포를 극복하던 경북 포항시민들이 또다시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1주일 연기한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사흘 앞으로 다가와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걱정 또한 크다.

포항에서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33회, 16일 16회, 17일 3회, 18일 0회 등이다.

여진이 소강상태를 보이다 강도가 큰 여진이 발생하자 포항시민들은 더 큰 여진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지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지진 트라우마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시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지인 등의 안부 전화다. 뉴스 등 언론에 소식을 접하고 걱정스러워 연락을 취하지만 포항시민들은 많은 안부 연락에 항상 지진 생각으로 떨치지 못하는 듯 전화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오지혜(44·여·북구) “여진이 발생하면 항상 동생가족과 부모님이 먼저 전화를 온다. 조금 지나면 친구 및 지인들이 SNS 등으로 안부를 묻는다”며 “걱정스러워서 연락 주는 것은 고마운데, 어떨땐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불안한 생각이 더 커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지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경제활동도 수축되고 있다. 18,19일 주말을 맞은 포항시의 대부분 음식점 등에서는 대부분 한산했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 한 음식점 대표는 “불안감으로 인한 회귀본능 때문인지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또 식당을 찾은 고객들은 약간이라도 흔들리는 여진이 발생하면 집 등으로 연락을 취한 후 대부분 빨리 일어난다”며 하소연 했다.

또 그는 “매출이 반토막 났다. 나라도 그런데 충분히 이해되지만 시민들이 장기간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면 많은 음식점 등이 고사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여진을 자주 겪는 포항시민은 지진에 대해 서로간 정보를 공유하며 전문가처럼 분석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여진이 발생했는 지역이 점차 포항에서 북측으로 이동한다고 주장한다. 기상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지난 16일 발생한 여진 등은 포항시 북구 8㎞ 지점, 19일은 9㎞, 20일은 포항시 북구 11㎞ 지점이라는 것. 때문에 지진이 유동적이어서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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