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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넥타이 대신 스니커즈’ 축구장 33개보다 넓은 LVCC 누빈 정의선

[취재뒷담화] ‘넥타이 대신 스니커즈’ 축구장 33개보다 넓은 LVCC 누빈 정의선

기사승인 2018. 01.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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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 현장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가벼운 농담엔 웃음을 터뜨렸지만, 미래차 전략을 이야기할 땐 눈을 반짝이는 젊은 경영인이었습니다. 정 부회장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푸른색 계열의 체크무늬 셔츠와 검은색 스니커즈를 신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누볐습니다. 축구장 33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컨벤션 센터를 살펴보려면 스니커즈가 제격이었을 겁니다. CES 2018을 찾았던 오너 경영진 가운데 양복에 구두를 신지 않은 이는 정 부회장 뿐입니다.

그와 동행한 이들은 양웅철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을 필두로 한 R&D 임원들입니다. 정 부회장은 전시품을 살펴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R&D 임원들에게 거리낌없이 질문했습니다. 물론 존댓말입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사내에서도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ES 현장에서 잠시였지만 근거리에서 관찰한 정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외국인 관람객들의 눈엔 그가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라는 것이 전혀 비춰지지 않았을 겁니다.

매순간 소탈한 인간미만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정 부회장이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직시했을 때입니다. 그는 9일 CES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솔린·디젤 엔진에서 전기차(EV)로 가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건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ICT 기업보다 더 ICT스러운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사를 바꾸기 위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지만 내부 의사결정 방법과 속도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현대차의 공장중심 의사결정구조가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있는 겁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차량공유 서비스에 뛰어들고 정보기술(IT) 서비스와 연계한 차량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정 부회장은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포드의 ‘라이드셰어링’, 제너럴모터스의 차량 공유서비스업체 지분투자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만 설익은 서비스를 내놓기보단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계속 사람을 만나고 있다. 하려면 제대로 실속 있게 해야한다”며 “안 되면 접는 것은 내부 손실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패스트팔로어보단 슬로팔로어에 가깝습니다. 현대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코나’를 처음 선보일 때와도 비슷합니다.

물론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가 다소 늦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까요. 철저히 준비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정 부회장의 배포와 담력이 남달리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밀릴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의지”라며 “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 전반을 연구개발 임원진의 조언을 충분히 청취하며 이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차가 심사숙고해 제시할 미래차 패러다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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