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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가상화폐 신규계좌 결정권 은행에 떠넘긴 금융당국

[기자의눈]가상화폐 신규계좌 결정권 은행에 떠넘긴 금융당국

기사승인 2018. 0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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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증명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혔음에도 시행 여부는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며 오히려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공개적으론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면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은행들엔 신규 계좌를 발급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당국이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자 공을 넘겨받은 은행들은 당국 눈치보기에 나섰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농협은행·신한은행이 기존 거래고객에 한해 우선적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하고 신규 고객에 대해선 추후 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발을 뺐다.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은행에 책임을 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시장 불확실성만 증대되는 배경이다.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오락가락’ 규제 대책으로 혼란을 가중시킨 정부가 은행권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대책 발표가 이어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은행의 자율성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거래소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자 은행을 통해 거래소의 ‘돈줄’죄는 방식으로 우회적 압박에 나섰다는 얘기다.

은행업은 제조업과 달리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규제산업’이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은행들은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무늬만 자율’에 그치기 십상이다.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 한 이런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당장의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오히려 당국이 기존 고객에 한해 본인확인을 우선 진행하고, 추후 신규계좌 발급을 허용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줄였어야 한다. 책임을 떠넘기다간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진다.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부부처 간 조율을 통해 일관되고 명확한 가상화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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