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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대우건설 매각, 게도 구럭도 다놓치는 실패작

[장용동 칼럼]대우건설 매각, 게도 구럭도 다놓치는 실패작

기사승인 2018. 02. 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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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본지 편집인.
건설산업은 경기에 민감한데다 청부업, 다층협업 형태를 띠고 있어 안정적인 경영이 쉽지않다. 경기 불황이나 외환위기처럼 경제쇼크가 발생하면 다른 업종보다 회사 인수합병(M&A)가 흔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발주 규모가 현격히 줄고 있으나 건설업체수가 무려 5만8000여개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선 업체수부터 줄여 부실경영업체를 속아내는게 절대 필요하다.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일수록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초대형 글로벌 건설회사의 M&A는 경우가 다르다. 섣부른 인수합병은 되레 수십년동안 쌓은 건설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시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자칫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 등을 축소시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거나 방안 퉁수로 만들 소지도 없지않다. 동아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래서 대형건설업체의 M&A는 글로벌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하고 기업의 잠재력 확대, 자금의 시너지 효과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우건설의 매각은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실패작이다. 대우건설은 연매출 11조원대로 시공 도급순위 3위의 초대형 건설회사다. 전세계 40여 개국에 진출, 300건 이상의 건설공사를 수행중인 글로벌 업체로 원전, 플랜트, 공항, 고속도로, 댐 건설 등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험난한 아프리카 리비아, 나이지리아에서부터 전쟁터인 중동, 선진 미국에 이르기까지 도전정신을 발휘해 많은 건설 작품을 남겼고 형성된 인맥 역시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자산이다.

반면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연매출 1조2520억원, 시공능력 13위의 중견업체다. 매출이나 시공능력이야 대기업에 버금갈 정도지만 문제는 최근 2~4년 아파트 건설 붐을 탄 단순 주택매출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대형 토목이나 플랜트등의 경험은 전무하다. 물론 호반의 대우 인수는 부족한 실적과 경험을 보완, 글로벌 업체로 더욱 키워나가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 기업 잠재력을 더욱 고양시켜 한국건설의 표상으로 키워나간다면 우호적 M&A의 좋은 선례라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듯이 건설업체의 건설 인수합병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금호는 역으로 자금난에 시달려 결국 대우를 포기하고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금호 기업문화에 대우건설을 맞추다보니 전문인력 이탈 등으로 많은 건설 노하우를 잃었다. 강남에 재건축 푸르지오 타운 하나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결과이다.

이같은 입장에서 보면 호반건설이 글로벌 초대형 업체인 대우건설을 소화해 내긴 원초적으로 무리다. 스몰경영방식은 인력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고 전문인력 이탈로 영업잠재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수 있다. 결코 모기업은 인수기업에 동화되지 않는 법이다.

더구나 이번 매각은 국가기업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헐값으로 밀어붙였다는 여론이 거세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인수에 공적자금 3조2000억원을 투입했으나 이번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은 불과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1조6000억원규모의 공적자금 손실이 불가피해 헐값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분식회계마저 완전히 털어내 알짜기업이 된 대우건설의 매각 시점의 주가는 최소 1만5000원대로 평가할 정도이나 절반가격으로 팔리게 된 것이다. 왜 이시기에 팔아야하는지도 의문이다. 분할매각에 대한 특혜시비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건설주식매각 공고에서 매각 대상을 산업은행의 보유주식 50.75% 전량이라고 공고한 바 있으나 본입찰단계에서 호반건설의 지분 매각 신청의견을 수용, 특혜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호반 인수 역시 금호아시아나의 전철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술취한 눈으로 보면 모든게 예뻐 보이는 현상을 이른바 ‘맥주안경효과(Beer goggles effect)’라 한다. 과음 M&A가 아닌지 철저히 따져봐야할 것이다. 호반은 역M&A라는 각오 아래 경영을 철저히 대우에 맞추고 울타리속에서 커온 기존의 것을 버릴 때만이 건설로 우뚝서는 인수합병의 꿀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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