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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터키 에르도안 ‘반미 정서’ 자극해 표심 잡기 나서

대선 앞둔 터키 에르도안 ‘반미 정서’ 자극해 표심 잡기 나서

기사승인 2018. 02. 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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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Erdogan <YONHAP NO-0383> (AP)
사진출처=/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터키와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오히려 ‘반미 감정’을 자극하며 표심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유권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강한 반미 스탠스를 취하는 한편 러시아와 갈수록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과거 터키 야당인 공화인민당 의원을 지낸 아야칸 에더미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은 “미국 정가는 2019년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둔 에르도안의 정치적 메시지의 핵심이 ‘반미주의’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르드족 분리 독립에 대한 터키인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정부 매체들을 활용해 ‘미국이 시리아 쿠르드를 뒤에서 조종해 터키의 내정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국과 터키 양국의 관계는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부터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해왔다. 특히 지난달 터키 군이 시리아 북동부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행하면서부터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YPG를 대리군으로서 수년간 지원하고 활용한 반면, 터키는 YPG가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인 테러조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에더미르 연구원은 “반미감정과 반쿠르드감정을 결합시키는 것은 에르도안의 선거 승리 공식”이라면서 “에르도안은 이 안보 위협을 활용하면 터키 유권자들에게 먹힌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프린 군사작전 이후 에르도안 정권의 지지율 역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분석했다. 터키 조사기관 마크(MAK)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프린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 터키인은 82%, 미국이 YPG와 PKK 배후에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90%에 달했다.

미국에게 있어 터키는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터키에는 약 1500명 가량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터키는 이슬람국가(IS) 퇴치전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시리아 국경 인근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를 미군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에르도안과 참모들은 터키군을 아프린을 넘어 시리아 깊숙한 곳 만비즈까지 진군시킴으로써 미국에 ‘쿠르드족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서 미군이 터키군의 앞을 막아선다면 “오토만의 일격(Ottoman slap)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지난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터키 도착 직전 나온 것으로, 에르도안의 강경 발언에 트럼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제임스 메티스 미 국방장관이 “터키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고 발언하면서 에르도안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매티스 장관은 “미국 정부는 터키와 협력해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3시간 넘게 회담을 갖고 난 뒤 “양측의 우려 사항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가졌으며 또한 양국의 미래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더미르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에르도안의 반미주의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터키는 이미 범대서양 동맹에서 돌아서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이란 및 러시아와 훨씬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경향이 계속될 경우 이는 더이상 에르도안만의 방향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터키 민중들도 같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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