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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삶을 그린 연극 ‘공포’

[리뷰]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삶을 그린 연극 ‘공포’

기사승인 2018. 05. 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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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공포’ 리허설에서 배우들이 시연하고 있다. /사진=방정훈 기자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을 때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선정된 연극 ‘공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러시아인들의 모습을 통해 공포에 대한 나약함, 가난하고 낮은 자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고통 등을 투영, 진실치 못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산다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며 아름다운 아내 마저 마음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농장주 실린, 남편의 친구 체홉을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실린의 아내 마리, 자신의 죄를 드러내지 못한 채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는 신부 조시마, 누군가를 동정해 자신의 삶까지 버려야 했던 하인 까쟈,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인 까쟈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하인 가브릴라, ‘신은 자신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라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선에 대한 의지뿐인 것을 아는 신부 요제프, 이들을 옆에서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했던 작가 체홉이 바로 그들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톨스토이의 명언처럼 이들은 각자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불행을 대하는 자세는 조금씩 다르다. 견디거나 포기하거나 아니면 승화시키거나….

한 세기 전이 배경인 이 극은 시대상을 보여주진 않는다. 지금과 너무나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에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목숨을 끊기도 하고, 타인을 해치기도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은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

현대인들이 이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통신의 발달로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이 같은 사건들의 소식을 접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함께 공포에 물들어 간다는 점일 것이다. 공황장애, 불안장애, 사회공포증(대인기피증) 등과 함께…. 결국 ‘공포’는 삭막하게 개체화된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공포’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안톤 체홉의 작품을 희곡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안톤 체홉이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발표한 동명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극에는 배우 이상홍(체홉 역), 이동영(실린 역), 김수안(마리 역), 김은석(조시마 신부 역), 신재환(가브릴라 역), 홍정혜(빠샤 역), 박하늘(까쟈 역), 김동휘(요제프 신부 역)가 출연한다. 연출은 박상현, 작가는 고재귀가 맡았다. 공연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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