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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폐비닐 대란에 등떠밀려 대책없이 사라진 지하철역 우산비닐

[기자의눈] 폐비닐 대란에 등떠밀려 대책없이 사라진 지하철역 우산비닐

기사승인 2018. 0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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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비닐 재활용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됨에 따라 서울시가 앞장 서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모든 공공청사와 지하철역사에서 우산 비닐커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시는 ‘폐비닐 수거 대란’ 발생 20여일 만에 우산빗물제거기나 카펫으로 우산비닐커버를 대신한다며 이 같은 계획을 내놓았고 한달 만인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폐비닐로 인한 혼란과 우려가 높은 가운데 접한 소식인 만큼 당시 많은 시민들은 이를 반겼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 밖이었다. 비닐은 없어졌지만 불편함이 그 자리를 메웠다. 서울에 올해 첫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17일을 전후해 지난주 3일간 큰비가 왔다. 우산비닐포장기가 사라진 지하철역사엔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이동하는 지하철 이용객들로 가득했다. 물이 흥건한 바닥에서 자칫 잘못하면 넘어져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환경이었다.

일부 역에만 우산빗물제거기나 카펫이 마련돼 있을 뿐 우산비닐커버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데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없었다. 시청역·종각역 등 6개 역에 설치된 빗물제거기마저도 제조업체의 테스트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몇몇 역 입구에는 ‘우산빗물은 통 안에서 털어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은 빗물받이통을 비치해뒀지만 되레 시민들의 진로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통 안에 수북이 담긴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우산빗물제거기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공사 입장에서 모든 역사 입출구에 한꺼번에 설치하기엔 예산부담이 있다”며 “또 많은 시민들이 빠른 걸음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빗물을 털고 들어가는 제품이 지하철역과 맞지 않아 다른 대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역 입구와 대합실에 부착된 우산비닐 제공 중지 안내문에는 ‘역사 출입 전 빗물을 충분히 털고 지하철을 이용해 달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런 소극적인 시민협조 당부 멘트가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빗물도 짜고 부피도 줄일 수 있게 우산을 말아서 잠가 달라’는 등 현실적인 참여 독려를 할 필요가 있다. 시와 공사의 책임 있는 솔선수범만이 환경보존을 위한 시민의 인식전환을 신속하게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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