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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영화 ‘허스토리’, 위대한 재판 잘 묘사…위안부 피해자 완전승리”

박원순 “영화 ‘허스토리’, 위대한 재판 잘 묘사…위안부 피해자 완전승리”

기사승인 2018. 07.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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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통해 할머니들 도덕적 우위 증명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허스토리 영화관람 관객과의 대화-8
3일 오후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제공=서울시
“반드시 이겨야 이기는 재판은 아니다. 책임을 묻고 변론하는 모든 과정이 또 하나의 역사다. 영화 속 관부재판 결과는 일부인용된 부분승리지만 영화를 통해서 두번째 승리를 했다. 이번엔 완전승리를 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 오후 7시30분 왕십리CGV에서 영화 ‘허스토리’를 관람한 뒤 민규동 감독·배우 김해숙과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했다.

‘허스토리’는 일본 관부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재판을 이끌어간 변호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치열한 재판과정을 담았다.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에 대해 박 시장은 “나도 구체적 내용까지는 잘 모르지만 영화로 묘사된 부분은 정말로 위대한 재판이었다”며 “재판이라는 게 반드시 이겨야 이기는 건 아니다. 책임을 묻고 변론하는 모든 과정이 또 하나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부분인용이긴 하지만 이 재판은 이겼다. 범죄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성격을 분명히 일본의 재판부에서 인정했다”며 “굉장히 의미 있는 재판이고 그것만으로도 승리다. 감독이 잘 부각시켰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두번째 승리를 한 것이다. 이번엔 부분승리가 아니라 완전승리”라며 “이 영화를 우리 국민들이 다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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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부터)과 민규동 감독, 배우 김해숙. / 제공=서울시
박 시장은 “사실 법정이 드라마다. 이 영화는 4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얘기를 해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며 “지루하지 않고 긴장과 궁금함으로 가득찼다”고 영화 속 법정장면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대사 중 문정숙 사장(김희애)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한다”며 “어찌 보면 역사 속에선 아직 사죄도 못 받았고 끊임없이 ‘어정쩡하게 마칠까’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을 통해서 완전히 할머니들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증명했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 자존심·명예가 중요하다는 것을 대사 중에 충분히 말했다”며 “우리가 비록 전쟁에서 졌고 수많은 고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 할머니들이 결국은 승리자라는 것을 이 대사로 증명해낸 것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2000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에 대한민국측 검사로 참여했다. 여성국제전범법정은 일본군의 전쟁범죄 특히 일본군 위안부 조직과 강제연행, 위안부 소내 강간·고문·상해·학대·살인 행위를 비판·검증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민간 법정이다. 당시 법정은 히로히토 천황과 일본 정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민 감독은 이를 언급하며 ‘박 시장의 흔적들을 영화화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인권변호사로서 남성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이만큼 긴 시간을 앞서서 싸워온 사람도 없다”며 “연구를 많이해서 시나리오에 반영을 해보려고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기회가 된다면 꼭 보여드리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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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규동 감독. / 제공=서울시
박 시장은 “할머니들이 처음으로 본인이 당했던 이야기를 ‘이런 일이 있었다’ 말하는 게 무척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김학순 할머니, 일본에서는 송신도 할머니가 처음으로 고백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서 보여줬듯이 그 이후에 사람들이 좋게 얘기하기보단 온갖 모욕과 조롱을 퍼부었다”며 “그걸 딛고 소송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된 데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기생관광을 한 문 사장이 이런 상황을 보고 180도 바뀌어서 훌륭한 사람이 됐다. 정말 대단하다”며 “그 과정에 있었던 변호사들도 훌륭하고 지지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엄청난 비극이 있지만 비극을 수정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는 매우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힘을 가지고 세상을 만들어가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어떻게 사과를 받아야 될지 묻는 한 관객의 질문에 박 시장은 “국가간 관계는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사과와 배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순 없다”며 “아베정권과 일본국민이 일치하진 않는다. 그들이 뽑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국민이 다 나쁜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률이 0.01%밖에 안된다. ‘잘못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자’는 풀뿌리운동이 일본에서 거세게 일어났다”며 “나는 조금 더 복합적으로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럽연합(EU)처럼 동아시아에도 평화가 싹틀 수 있다. 전쟁으로부터의 책임은 없지만 이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며 “바로 가해자가 먼저 사죄하는 것이다. 아픈 과거를 깨끗이 청산함으로써 미래를 얼마든지 평화의 동아시아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원히 적대적이고 서로 미워하는 관계가 돼선 안되지 않겠나. 이 불행의 역사를 딛고 넘어서야 된다”며 “좀 더 평화적이고 적극적인 관점으로 역사와 미래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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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배우 김해숙, 민규동 감독. / 제공=서울시
박 시장은 “내가 과거청산 전문변호사다. ‘청산할 과거가 남아있는 한 그 과거가 계속된다’ 이런 말이 있다”며 “마치 과거의 모든 것이 잊힌 듯한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할머니들의 상처 등 우리 주변을 살피고 성찰하고 고치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비극은 또다시 일어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한반도의 억울한 원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하며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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