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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변신은 무죄?” 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 가보니

“은행의 변신은 무죄?” 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 가보니

기사승인 2018. 0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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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이 변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고객이 은행을 찾던 시절이 끝난 탓이다. 모바일·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되면서 고객들은 단순 업무를 위해 은행을 방문하지 않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디지털 등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영업점을 축소해온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 은행들은 고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다양한 금융 업무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 영업점 안에 카페를 둔 카페 인 브랜치 등이 고민의 결과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문화 콘텐츠를 융합시킨 복합문화공간인 ‘컬처뱅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컬처뱅크는 기존 은행 영업점에 비금융 콘텐츠를 접목해 저녁이나 주말에도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 ‘힐링서점’을 방문했다.

우선 입구에는 ‘KEB하나은행X북바이북(BOOK BY BOOK)’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입구만 봐서는 은행 영업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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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인 광화문역지점 입구 모습./사진=이선영 기자
내부 역시 평소에 접하던 은행과는 달랐다. 은행과 카페, 서점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입구를 지나 영업점에 들어가 왼편을 보면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 정면에는 책들이 놓인 진열대가 보였고, 오른편에는 마치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서자 커피와 차, 맥주를 판매하는 카페도 보였다. 내부 카페 메뉴는 아메리카노 3800원, 카페라떼 4300원, 크림생맥주 3800원 등으로 구성됐다. 하나카드로 결제할 경우 20%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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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인 광화문역지점 창구 모습./사진=이선영 기자
일반적으로 은행이 붐비는 시간에는 몇 십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눈앞에 놓인 책에 자연스럽게 손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이날 컬처뱅크를 방문한 고객들은 번호표를 뽑고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앉아서 책들을 살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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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EB하나은행 광화문역지점 내부에서 고객들이 책을 보고 있다./사진=이선영 기자
이날 컬처뱅크에서 만난 직장인 양예령씨(26)는 “다른 은행은 기다릴 때 할 일이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점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도 있었다. 프리랜서 전화영씨(40)는 ‘저자와 독자와의 소규모 만남’에 참석하기 전 컬처뱅크에 방문했다. 전 씨는 “하나은행이 현대카드처럼 문화콘텐츠 등 새로운 기획을 잘한다는 건 알고는 있었는데 이런 건 생각하지 못했다”며 “책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여기에 오면 자연스럽게 눈이 책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하나은행은 연내에 각기 다른 콘텐츠를 융합한 ‘컬처뱅크’를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는 광화문역지점을 포함해 방배서래지점·잠실레이크팰리스지점 등 3호점까지 완성됐다. 하나은행은 우선 서울 강남역에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을 콘셉트로 한 지점을 만들고, 천안에는 ‘외국인 사랑방’을 주제로 하는 등 각기 다른 컬처뱅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컬처뱅크를 통해 임대료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은행 내 유휴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인데, 카페 등은 이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고정 임대료에 매출과 연동된 임대수수료를 더하는 방식이다. 이 자체로 하나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하나은행이 컬처뱅크 구축에 나서는 건 지역 사회의 문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당장 컬처뱅크 방문 고객이 신규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내에서의 하나은행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컬처뱅크를 통한 신규고객 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과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컬처뱅크는 은행과 리테일업종의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첫 시도였다”며 “연내에 5개 지점을 오픈하고 향후 어떤 사업으로 확산시킬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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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 내부에 위치한 책 진열대 모습/사진=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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