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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협상 진척 없어 좌절, 측근들에 화내”...군사옵션 복귀하나

“트럼프, 대북협상 진척 없어 좌절, 측근들에 화내”...군사옵션 복귀하나

기사승인 2018. 07. 2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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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북 협상 스타일에 충격받은듯"
김영철 '권한 없다' 협상 진전 방해
간단 생각 '미군 유해송환'도 지연, 비용 요구
"트럼프, 인내심 잃고 군사옵션으로 되돌아갈 수도"
트럼프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이상의 위협은 없다”고 낙관했던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좌절감마저 느끼면서 참모들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3일 보도한 장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후 기자단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이상의 위협은 없다”고 낙관했던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좌절감마저 느끼면서 참모들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백악관 보좌관들과 국무부 관리 등 내부 관계자 6명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대북협상이 성공적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 노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대통령, 북핵 협상 진척 상황 매일 보고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참모들에게 진척 상황을 매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협상은 진척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좌절감을 느끼고, 이는 미국 언론들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시간표(timeline)는 없으면서 북·미 간 긴장만 완화시켰다고 보도하는 것에 대한 짜증과 결부돼 있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한국 담당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이 항상 이해하기가 어려운 북한의 협상 스타일의 고통스러운 실상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성 김
21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에 임했던 미국 외교관들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과의 후속 회담을 취소하는가 하면,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기본적인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세번째)이 지난 6일(현지시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후 영빈관 밖으로 나와 동행한 보좌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평양 AP=연합뉴스
◇ 미국이 직면한 북한의 지연 및 불명확한 협상 태도

WP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협상단이 지연과 불명확한 태도를 보이는 북한 측의 완강한 저항에 직면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과의 후속 회담을 취소하는가 하면,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기본적인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때 고립됐던 북한의 대(對)중국·한국 교류는 활발해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파괴될 것이라고 말한 미사일 엔진 시험 시설은 여전히 건재하며,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북한 당국이 주요 핵 프로그램을 숨기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폼페이오 김영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지난 6~7일 평양 방문 때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양보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협상 진행을 계속 방해했다. 사진은 폼페이오 장관(왼쪽)이 6일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오른쪽)과 만나고 있는 모습./사진=평양 AP=연합뉴스
◇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한 미국 측의 ‘분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 속에 이뤄진 지난 6~7일 평양 방문 때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양보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협상 진행을 계속 방해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1일 판문점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 미국 측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미군 유해송환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자신은 ‘단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수령하는 권한만 부여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회담은 1시간 만에 끝나 미국 측을 ‘분노’하게 했다.

미군 유해송환
한국전쟁 실종 미군 유해송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고, 공동선언문에도 포함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쉬운 방법이라고 여겨졌지만 북한 측은 6~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유해송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사진은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판문점 회담이 열린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미군 차량이 유엔깃발을 달고 임진강을 건너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북한 비핵화 진정성 간단한 확인 방법, 한국전쟁 실종 미군 유해송환

WP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전쟁 실종 미군 유해송환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군 유해송환 협상에서 보인 북한 측의 태도는 미국 측의 시각을 최악으로 만들었다.

미군 유해송환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고, 공동선언문에도 포함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쉬운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북한 측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유해송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미네소타주 유세에서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have been sent back)”고 ‘완료형’으로 말하는 바람에 미국 대표단이 큰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 북한 측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주지 않자 감정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예정됐던 미군 유해송환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은 미국 국방부 관리들을 3시간 기다리게 한 뒤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장성급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 65주년인 오는 27일 55구의 미군 유해를 송환하기로 약속했지만 이 마저도 취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측에 미군 유해송환과 관련한 이송 및 보관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미 관리를 그렇게 또 한번 세워두고 북한 대표단이 나타나기만을 쓸쓸히 기다리게 한 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북한이 다시 가혹한 전술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유엔 회원국에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촉구하면서 제재가 이행되지 않으면 성공적 비핵화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뉴욕 UPI=연합뉴스
◇ 비핵화 ‘좌절’,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제재 고수로 나타나는 듯

폼페이오 장관이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을 대상으로 한 북한 비핵화 관련 브리핑에서 유엔 회원국에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촉구하면서 제재가 이행되지 않으면 성공적 비핵화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한 것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좌절’을 보여준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북한의 밀수 행위 제재 노력을 러시아가 가로막는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러시아는 전날 북한이 정제유를 밀수입해 안보리 제재의 상한선을 넘었다며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유엔 회원국에 올해 북한에 대한 추가 수출을 정지하라는 통지를 보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했고 중국이 이에 동조해 이를 무산시켰다.

트럼프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하고 군사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미·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싱가포르 AP=연합뉴스

◇ 인내심 한계 트럼프 대통령, 강경노선으로 복귀하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계자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당장 (북한 비핵화 협상을) 떠나버리기에는 너무 투입했다”며 최소한 11월 중간선거까지는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두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긴 시간과 복잡함을 참지 못하고 군사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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