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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령탑과 재계 수장 ‘첫만남’… 대기업 투자 막 오르나

경제사령탑과 재계 수장 ‘첫만남’… 대기업 투자 막 오르나

기사승인 2018. 08. 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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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기업가 정신 어떻게 살릴까 고민"
이재용, 바이오 규제·평택공장 전력·외투 문제 해소 건의
재계, 아직 불확실성 못 벗어… 확실한 시그널 필요
김동연 부총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처음으로 만나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정부 의지를 확인한 삼성이 어떤 방식의 투자를 벌일지에 따라 대기업들의 릴레이 투자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약속한 확실한 규제완화 분위기가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단발성 투자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 기업가정신 살리겠다는 김동연… 기업 투심 불지필까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를, 기업가정신을 살릴까. 우리 경제를 위해 기업이 갖고 있는 애로를 정부가 어떻게 풀 수 있을지 하는 차원에서 왔다.”

6일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꺼낸 첫 멘트다. 김 부총리는 기업을 옥죄고 있는 규제 해소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관계부처와 함께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협력사와 현장소통 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기라서 대표주자로서의 삼성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그러면서 삼성에 세가지 당부를 전했다. 김 부총리는 먼저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산업 인프라 기술에 해당하는 플랫폼 경제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쏟을 계획으로, 전략적 지원과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수소경제·블록체인·공유경제 등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또 “동반성장의 모범을 만들고 확산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고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동반성장을 확산하는데 다른 기업보다 앞선 역할을 해야 한다”며 1등 기업으로서의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간담회 이후 30여 분간 반도체 제조 라인을 함께 돌아봤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평택캠퍼스의 고용과 생산을 통해 창출된 경제적 가치가 166조원에 달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 부총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정부에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고 평택 공장 전력문제나 외국인 투자문제 등에 대해 건의 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지원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부총리는 요청에 대해 “어떤 것은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재계 1등 삼성 움직여도… “확실한 규제완화책 나와야” 불확실성 상존

재계에선 경제부총리의 ‘기업가 정신 살리기’ 발언을 놓고 투자에 나서달라는 손짓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김 부총리가 한달 간격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게 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재계와 ‘불통’ 우려가 해소되고 대화와 협력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앞서 김 부총리와 회동을 가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5년간 23조원, 최태원 SK 회장이 3년간 80조원, 구본준 LG 부회장이 19조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3년간 9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과 지주회사 때리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기업 압박 행보에 기업가 정신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3.8% 줄었다. 4개월 연속 설비투자 감소는 18년만에 처음이다. 기업들이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추가 투자 확대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일본투자은행이 발표한 ‘2018 설비투자 계획조사’를 보면 올해 일본 전체 산업의 설비투자 계획규모는 197조6615억원으로, 38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1.6%나 늘었다. 미국 역시 최근 제조업 투자가 1분기 11.5%, 2분기 7.3% 늘었다는 상무부 발표가 있었다.

재계에선 이에 대해 국가간 경영환경 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목소리를 낸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삼성의 투자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무작정 벤치마킹해 투자에 나서긴 어렵다”며 “기업들의 줄줄이 투자행렬은 흉내내기에 그칠 수 있고 삼성의 투자 역시 단발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부가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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