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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미혼모’ 비혼출산 원하는 여성 늘어난다

‘자발적 미혼모’ 비혼출산 원하는 여성 늘어난다

기사승인 2018. 08. 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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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 임원 K씨(60). 수 년 전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 전에도 여러 차례 국내 입양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미혼이라는 이유로 입양이 불가능했다. 얼마 전 아이의 유치원에서 들은 ‘할머니’ 소리에 당황했지만 아이가 가져다 준 행복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결혼과 무관한 출산, 즉 비혼(非婚) 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혼은 혼인 상태가 아님을 뜻하지만 비혼은 결혼할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적극적 자기 의지가 반영되기에 비혼 출산에 나서는 여성들 대부분 ‘자발적 미혼모’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위한 육아정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26.2%)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갖는데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대체로 동의한다’는 응답도 23.3%에 달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49.5%, 즉 국민의 ‘절반’이 비혼 출산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높은 학력과 경제적 능력을 갖춘 ‘골드미스’만 비혼 출산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연령이 낮을수록 출산을 위해 결혼이 전제돼야 한다는 인식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통계청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비율은 2016년 24.2%로 2010년의 20.6%에 비해 ‘유의미’하게 늘었다.

정부 역시 저출산 해법의 하나로 법적 부부 외의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비혼 출산에 대해 언급했다. “(미혼의) 젊은 주무관이 임신했다면 모두 축하해 줄 수 있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다소 파격적이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와 가족제도 변화에 따라 비혼 출산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혼외 출산 비율은 1.9%. 프랑스(56.7%)·노르웨이(55.2%)·스웨덴(54.6%)은 혼외 출산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미국과 독일은 각각 40.2%, 35.0%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도 39.9%. 이들 혼외 출산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전체 출산율도 높았다.

40대 여성인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 A씨.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을 닮은 아이는 갖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는 “최근 홍콩인 친구의 비혼 출산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막상 마음을 먹고 보니 사회의 편견도 그렇지만 육아 문제가 더 현실적인 ‘허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양육 지원도 혼인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IT 회사에 다니는 30대 여성 P씨도 “결혼을 통한 출산만큼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적 제도와 사회적 인식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현재 미혼 여성이 국내에서 정자 기증을 받거나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이 때문에 법망을 피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 정자 기증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혼과 혈연 이외의 가족 구성 등 변화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 추세로 ‘가족의 붕괴’가 아닌 ‘가족의 범주 확장’으로 봐야 한다”면서 “비혼인 관계에서의 출산과 양육도 차별없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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