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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먹구름 낀 중국 일대일로, 지금 필요한 건 ‘대국의 자세’

[기자의 눈] 먹구름 낀 중국 일대일로, 지금 필요한 건 ‘대국의 자세’

기사승인 2018. 09. 0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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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국제부 이민영 기자
세기의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포부를 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최근 먹구름이 끼고 있다. 프로젝트가 ‘부채의 덫’을 동반한다는 사실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참여국들 사이에서 서둘러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사업이 신식민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설득하기 위해서는 ‘평등에 기반한 공동 번영을 도모’한다는 사업의 취지를 지키는 신뢰감 있는 대국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과 아프리카가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원조를 대가로 어떠한 정치적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며, 대(對) 아프리카 투자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아프리카를 넘어서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전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일대일로가 신식민주의적 사업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지난달 27일 일대일로 사업 추진 5주년 기념 좌담회에서도 “일대일로는 경제협력이지 지정학적·군사적 패권 추구가 아니다”며 “배타적인 클럽이나 ‘차이나 클럽’을 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이처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대일로로 인한 부채의 덫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으로부터 받은 대규모 투자와 지원이 결국 부채가 돼 참여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중요 이권을 넘겨준다는 것. 미국 자문회사 RWR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착수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현재 총 1814개 가운데 270여 개가 차질을 빚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방중에서 일대일로 관련 철도 사업 취소를 공식화하며 “국가채무로 더는 이 사업을 진행할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5월 정권을 잡은 뒤 ‘불평등 계약’을 이유로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 폐기를 추진하는 등 일대일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의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리랑카가 함반토타 항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진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해 결국 함반토타항의 장기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중국의 빚을 갚지 못하면 땅까지 넘겨줘야 한다는 점이 사례로 증명된 셈이다. 스리랑카 뿐만 아니라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의 국가도 빚의 압력에서 벗어나려 자국의 ‘중요한 이권’을 중국에 내어주고 있다. 참여국들의 불안감이 깊어지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일대일로 참여국에 지원을 중단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 참가국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받고 있다.

시 주석은 과거 2016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사람을 돈으로 사귀다가 돈이 떨어지면 잊혀지고, 이익으로 사귀면 흩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대일로는 현재까지 1조 달러(약 1124조 원)가 투자된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이다. 하지만 참가국들의 협조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5년에 걸쳐 지어온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면 시 주석의 말처럼 사업상 계약이나 사람 간 교제에서 연분을 소중히 여기며 신뢰를 구축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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