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오락가락 개발 정책…여의도 주민들은 무슨 죄

[기자의눈] 오락가락 개발 정책…여의도 주민들은 무슨 죄

기사승인 2018. 10. 04. 18: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홍선미
홍선미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 여의도 전체를 새로운 업무와 주택지로 바꿔 활력을 불어넣겠다.”

7월 싱가포르에서 전한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개발 계획 소식에 시장 반응을 취재했던 기자는 의아했다.

집값이 크게 오를 예정이니 서둘러 집을 사라고 신나게 부채질 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달리, 여의도 주민들은 정작 아무 일 없다는듯 너무나 차분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학습효과였다. 여의도에 오래 살아온 주민들 상당수는 박 시장의 당찬 포부에 오세훈 전 시장을 자연스레 떠올렸고, 이번에도 역시 오 시장 때처럼 개발이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는 슬픈 예감(?)을 갖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들의 예감이 너무 부정적이라고만 느꼈다. 설마 서울시가 두 번이나 개발 계획을 접고 주민들을 실망시킬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서울 집값 급등에 개발은 기약 없이 보류됐고, 이후 개별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려는 단지들은 내용을 제대로 알 수도 없는 마스터플랜에 발목이 잡혀 꼼짝도 할 수 없게 됐다.

여의도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한강을 끼고 자리한 핵심 입지인 만큼 전체적인 도시계획 하에 개별 단지 개발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번 마스터플랜 발표가 집값 급등과 맞물린 점이 서울시 입장에서 일부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사정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기에는 여의도 아파트들이 너무 낡아버렸다. 서울시가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이들 단지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그만큼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을 진행하려는 여의도 개별 단지에 속시원한 가이드라인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도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끈다면 여의도 주민들은 시로부터 여러번의 상처를 받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