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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동시 구애…외교전쟁터 된 파푸아뉴기니

미·중 동시 구애…외교전쟁터 된 파푸아뉴기니

기사승인 2018. 12.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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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구리광산 가진 '부건빌'
내년 분리·독립투표 앞두고 있어
강대국 잇단 투자·사업 수주하며
폐광산 개발 재개 가능성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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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이 남태평양의 패권을 쥐기 위해 현지 섬 국가의 자원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가 세계 강대국들의 치열한 외교 전쟁터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주요 2개국(G2)이 동시에 달려들고 있는 지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 광산이 있는 파푸아뉴기니 동부 부건빌 자치구. 부건빌 자치구는 내년 정부에서 분리·독립할지 말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어 영향력 확대를 노린 미국과 중국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 공영방송 RNZ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존 모미스 부건빌 자치정부 총리는 “중앙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보조금을 지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파푸아뉴기니 국가 예산을 보면 부건빌 평화협정에 따라 편성됐어야 하는 부건빌 복구 및 개발비가 누락됐다.

부건빌 평화협정은 1988년 일어난 내전 종식을 위해 2001년 중앙정부와 부건빌이 합의한 협정. 1980년대 부건빌 주민들은 팡구나 광산에서 나오는 이익이 업체와 중앙정부에게만 돌아가자 불만이 극도로 쌓여갔고, 결국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에 돌입했다. 2만여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등 섬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내전 발발 13년 만에 중앙정부와 부건빌은 부건빌 자치정부 창설 등의 내용이 담긴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부건빌 자치정부와 중앙정부는 부건빌의 미래를 결정할 분리·독립 투표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투표일은 내년 6월 15일. 투표 결과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리·독립으로 결정나면 부건빌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주민 99%가 독립을 지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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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바빠졌다. 부건빌의 팡구나 광산은 내전 이후 폐광됐는데, 최근 중국과 서구 기업들은 광산 개발 재개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버려진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10억톤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18년 동안 채굴된 6억7500만톤보다 많다. 이는 신흥시장 수요, 자원 고갈, 광산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더 가치가 크다.

중국이 팡구나 광산 개발에 개입하면 자원 확보는 물론 전략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독립국가의 미래 경제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미스 자치정부 총리는 지난 11일 “지난달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중국 기업인들이 팡구나 광산 투자를 문의해왔다”며 “광산을 다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분리·독립 투표가 끝날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역내 무역과 투자는 대부분 금·니켈 광산의 본고장인 파푸아뉴기니에 집중돼 있다고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6월 보고서에서 밝혔다. 중국 국영 광산업체인 중국야금과공집단공사(CMGC)는 파푸아뉴기니에서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기업 40개가 파푸아뉴기니에 진출해 있다. 중국 화웨이는 2016년 파푸아뉴기니 내 14개 연안도시와 부건빌을 잇는 5500km 해저 케이블망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미국과 동맹국들도 나섰다. 미국은 지난달 18일 호주·뉴질랜드·일본과 파푸아뉴기니에 전력 기반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같은 달 13일에는 일본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 7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호주와 공동으로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해군기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뉴질랜드는 내년에 14명의 대사를 태평양 지역에 파견할 계획이다.

강대국 파워게임의 레이더에 걸린 파푸아뉴기니는 외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지난 9월 첫 달러 채권을 발행, 5억 달러를 조달했다.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외채를 갚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중국에 진 빚은 5억9000만 달러(약 6628억6000만원)다. 전문가들은 누가 이기든 간에 광산에 관심이 있는 이해 당사자들은 80억 달러(약 9조원)에 육박하는 광산 개발 재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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