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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친중 기조에 중국인 대거 유입, 국민 반감에 두테르테 ‘진퇴양난’

필리핀 친중 기조에 중국인 대거 유입, 국민 반감에 두테르테 ‘진퇴양난’

기사승인 2019. 03. 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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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peo Duterte <YONHAP NO-9212> (AP)
사진출처=/AP, 연합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필리핀이 전통적으로 취해 온 친미(親美) 기조 대신 중국에 기대는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필리핀에 중국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자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가 정치 이슈로까지 부상하면서 오는 5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5일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의 이민국 로비는 취업 비자를 받으러 온 젊은 중국인들로 북적인다. 그런가하면 2층의 제한 구역에는 불법 체류자 수십 명이 억류돼 있다. 이들은 메트로마닐라의 마카티 비즈니스 지구에 위치한 여러 온라인 도박업체에서 불법 노동을 하다 지난달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통해 붙잡힌 276명 중 일부. 한 이민국 직원은 “붙잡힌 사람이 너무 많아 한 무리씩 묶어서 심문해야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필리핀과 중국의 관계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임자인 베그니노 아키노 대통령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크게 악화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외교 기조를 친미에서 친중으로 전환, 중국 정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대가로 중국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자국민들의 필리핀 관광 규제를 해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필리핀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126만명으로 2015년보다 거의 세 배나 늘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필리핀은 중국인에게 약 33만5800건의 취업 비자와 특별 취업 허가증을 발급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들에게 발급된 취업 허가의 절반 이상. 관광비자로 입국해 필리핀에 눌러앉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체포된 불법 체류 노동자 533명 가운데 393명이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중국인의 유입에 따른 각종 경제 효과에도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른다며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5월 발생한 불법 체류 중국인의 필리핀인 웨이트리스 폭행 사건 등 불법 체류자들의 범죄와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고조됐다. 이 때문에 이민국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중국인 유입 문제에 관해 의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는 오는 5월 중간선거(총선)를 앞두고 중국인 대거 유입 문제가 필리핀의 주요 정치이슈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입후보자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연 불법 노동자를 단속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격하고 있다. 실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는 불법 체류 중국인 노동자들을 추방해야 된다고 말하면서도 당국자들에게 “이 같은 사건을 취급할 때 주의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들(중국인 노동자들)을 이곳에서 일하게 하자”며 ‘관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만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인 불법 노동자 단속을 강화한다면 자국 내의 비판은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겠지만 그간 공들여 쌓아 온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중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 수는 약 3만 명, 마카오·홍콩에서 가정부 등으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 수는 20만 명이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교의 루치오 블랑코 피틀로 교수는 “이 문제는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려 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자금을 끌어들여 추진하던 8조 페소(약 173조원) 규모의 인프라 사업 계획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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