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 0 |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관련,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의 연설은 조선중앙TV이 다음 날 보도한 영상./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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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관련,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단념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이같이 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옴짝달싹 못하게 된 김 위원장이 2020년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벌고 있다’는 기사에서 시정연설에 드러난 김 위원장의 전략을 5가지로 분석했다.
이 통신은 “김 위원장이 1년 이상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할 것인지, 무기(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해 위기를 조성할 것인지’라는 동일한 선택에 직면해왔다”며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완화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 이후 기존 선택지 대신 기다림(wait)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의 전략에 대해 “이는 (하노이) 대화 무산에 대한 비난을 피하는 것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 이슈에 대한 주목도를 다시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김두연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그는 (비핵화) 외교로부터 떠나는 최초의 인물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는 미국 측에 공을 넘기고, 그것(외교)이 보다 유연해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전진해나갈 결심이 돼 있다. 이는 우리가 바라던 결과”라며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거론하며 찬사를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유지를 지지하는 데 대해서는 분명히 좌절감을 느끼고 있음이 연설에 드러났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며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잇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셋째 김 위원장은 북한을 비핵화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2800개 단어가 넘는 영어판 시정연설 원고 안에 ‘비핵화’라는 단어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이 대신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 현실’을 언급한 것을 들어 국내 사기 진작을 위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발언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를 준비하고 있다면 내놓을 만한 발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자위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나라의 방위력을 계속 튼튼히 다져야 한다”면서 과거 ‘핵무기 대량 생산 지시’를 암시했다며 이는 미국이 김 위원장의 시간 끌기를 허용한 데 따른 주요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 미국 본토까지 운반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완성할 더 많은 시간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네 번째로는 김 위원장이 제재 하에서 힘든 시기를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적 제재가 북한 경제를 쥐어짜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입장에서 ‘기다리는 것’이 위험부담이 없는 일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은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의 위험부담과 관련, “경제적 어려움이 그(김씨)의 정권의 약 70년 통치에 반대하는 잠재적 원천”이라며 “김 위원장이 장기전에 앞서 권력을 공고하려는 조처로 아버지(김정일) 세대로부터의 일부 노년층 인사를 젊은 관료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김일성·김정일 때 인사로 91세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에 대한 압박’을 다섯 번째 김 위원장의 전략으로 꼽았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언급한 대목 등을 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