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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촌블루스 엄인호, 돈보다 더 귀중한 그의 음악

[리뷰] 신촌블루스 엄인호, 돈보다 더 귀중한 그의 음악

기사승인 2019. 06. 1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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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니스(왼쪽부터), 이정민, 엄인호, 김상우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방정훈 기자
“인터넷에 나에 대해 쳐보면 마구리(엉터리의 속어) 기타의 거성…(웃음). 하여튼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습니다. (연주에 있어서) 거짓말하는 게 없으니까. 마구리도 쓸 만할 땐 써~”

국내 블루스 음악의 전설 신촌블루스의 엄인호(기타·보컬)가 자신의 공연에 함께 참여하며 “돈보다 더 귀중한 것을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후배 뮤지션 머스탱 샐리(Mustang Sally)의 말에 이 같이 말하며 쑥스러움을 드러냈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는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의 6월 정규 공연이자 샐리가 기획한 블루브리즈의 첫 무대인 ‘신촌블루스 콘서트’가 열렸다.

이 자리엔 신촌블루스 엄인호를 비롯해 이정민(베이스), 김준우(드럼), 김상우(보컬), 재니스(JANIS·보컬), 샐리(보컬·기타) 최항석(보컬·기타), 이효주(키보드) 등이 자리를 빛냈다.

국내 블루스계 대부의 공연답게 많은 후배들이 함께한 이날 공연에서 이들은 ‘나그네의 옛 이야기’ ‘Tears Of My Love’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환상’ ‘니노에서’ 등을 선보였다.

아울러 ‘붉은 노을’ ‘Angie’ ‘거리에 서서’ ‘건널 수 없는 강’ ‘골목길’ ‘푸들푸들블루스’ ‘그대 없는 거리’ ‘누구 없소’ ‘달빛 아래 춤을’ ‘아쉬움’ 등의 무대를 꾸몄다.

세월을 의식해선지 무대에 서며 스스로 “조마조마하다”고 고백한 엄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특유의 기타톤과 허스키하면서 애절한 보이스로 전설의 면모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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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인호(왼쪽)와 머스탱 샐리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방정훈 기자
또한 청바지에 티셔츠, 샌들 등 내추럴한 자태로 연주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관객 환호에 살짝 손을 들어 올리거나 옅은 미소로 화답하거나 가끔 실수할 때 동료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고 사과하는 그의 모습은 꾸밈없는 성품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연주할 때마다 눈을 감고 심취하는 모습은 자신의 음악에 취하고, 온전히 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는 기자가 이러한 생각을 하기 무섭게 “요새 무대에 설 일이 별로 없는데 샐리가 첫 공연에 날 불러줘서 고맙다. 페이스 투 페이스. 연주를 할 때 눈을 많이 감는 편인데 대충 눈치껏 다 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베테랑 특유의 여유를 드러냈다.

공연 초반부에 등장한 김상우는 마초 같은 외모에 어울리는 허스키하면서도 굵은 보이스로 열창했다. 그는 ‘니노에서’ 중후반부에 잔잔한 휘파람을 불며 애잔하면서 쓸쓸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켰다.

곧이어 무대에 자리 잡은 재니스는 마치 재니스 조플린과 한영애을 모두 연상케 하는 소울·파워풀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로 자신이 블루스 보컬의 교과서임을 입증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이날 공연의 기획자이자 참가자인 샐리는 쑥스러운 웃음과 상반되는 하드하고 스피디한 연주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아울러 대선배 엄인호와 잼(즉흥연주)를 펼치며 세대를 초월한 그들만의 음악을 선사했다.

엄인호는 “1979년에 처음 앨범을 냈으니 올해가 40주년이다. 지금도 비실비실하는데 노래는 10년 더 부를 수 있어도 연주는 흔들리지 않을까. 그래서 40주년 앨범을 생각하고 있다. 이후로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기대하지 말라“며 솔직한 속내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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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석(왼쪽부터), 엄인호, 이정민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방정훈 기자
신촌블루스의 대표곡 ‘골목길’ 무대는 그의 뚱땡이 후배이자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의 대표인 최항석, 그리고 이효주가 함께 했다. 출연자 모두가 현란하고 파워풀한 연주로 절정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엄인호는 최항석에 대해 “이 공연장을 만든 친구다. 다음 달에 샐리와 여기서 인터넷 방송을 하려고 한다. 제가 DJ 출신인데 지금은 계속 말이 엇나간다. 약간 건방져지기도 하고…하여튼 12일 김목경이 나온다. 게임도 하고 대화도 할 것”이라며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바로 이어 엄인호와 최항석은 ‘푸들푸들 블루스’를 사이 좋게 연주하고 부르며 깊은 우애를 다졌다. 엄인호에 따르면 ‘푸들푸들’은 ‘유들유들’과는 다른 뜻으로 쉽게 말해 편하게 살자는 의미가 담겼다.

엄인호는 마지막으로 사이키델릭한 멜로디의 ‘아쉬움’을 선보였다. 마치 1969년 우드스탁 무대에서 밤을 새우며 연주한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음을 듣는 듯한 황홀경을 느꼈다.

한편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는 6월 월간기획으로 앞선 2일 오후 8시 TABLUE, 7일 오후 8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8일 오후 4시 BKB 공연을 개최했다.

이어 15일 오후 4시 리치맨 트리오, 21일 오후 8시 톰 블루스 밴드(Tom Blues Band), 22일 오후 4시 소울 트레인(Soul Train) 공연 등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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