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으로 9조원 조달한 증권사, 스타트업·벤처 투자는 ‘0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9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발행어음 조달 실적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5조2641억원이며, NH투자증권이 3조3499억원이다.

지난 2017년 11월 발행어음 사업 첫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조달자금 중 3조6569억원을 투자했다. 기업형태별로 살펴보면 중견기업에 2조8432억원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7319억원을, 중소기업에 817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은 조달자금 중 2조317억원을 투자했다. 기업형태별로 상호출자제한기업에 8172억원, 중견기업에 4689억원, 중소기업에 7456억원을 투자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6년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 자본 공급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발행어음업을 허용했으나 당초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벤처 등 혁신형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발행이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자금이 성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형 기업으로 투입되는지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이를 뒷받침 하는 방향으로 건전성 규제 등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