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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출구전략 필요한 SK·LG ‘배터리 혈전’… 정부 중재 나서야

[취재뒷담화] 출구전략 필요한 SK·LG ‘배터리 혈전’… 정부 중재 나서야

기사승인 2019. 0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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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과거에도 소송 다툼이 있었지만 이번은 그 감정의 골이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배터리’를 둘러싼 LG와 SK간 갈등에 관한 얘기입니다. 요즘 화학 출입 기자들이 모였다 하면 화제는 기승전 ‘배터리 소송전’입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계 맏형으로, LG화학은 화학업계 수장으로 각각 불려왔는데, 그 둘 간 배터리 갈등이 심화하고 있으니 관심이 여기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 매출은 54조5000억원, LG화학은 28조2000억원입니다. 규모는 2배 정도 차이 나지만 고부가 화학사업인 덕분에 영업이익은 오히려 LG화학이 조금 더 높았습니다. 양사 모두 차세대 먹거리로 전기차 배터리를 낙점했고, 여기엔 오너들의 강한 의지까지 실려 있습니다. 이번 대립의 무게감이 다른 이유입니다.

LG화학은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기 전부터 배터리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에 업계를 압도하는 조 단위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가장 큰 우려는 손실을 감내하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퍼스트무버’로서 제대로 수확을 거두기도 전 중국 등 경쟁업체가 달려 들어 과실을 따먹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 뒤늦게 드라이브를 건 SK이노베이션으로 자사의 기술력을 가진 인력이 유출되는 게 달갑진 않았을 겁니다. LG는 이를 부당한 영업비밀 및 인력 빼가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SK는 커가는 배터리 사업 비중에 맞춰 정당한 채용을 하고 있고 직원들이 더 나은 조건의 회사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소송 결과를 통해 밝혀질 예정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양사간 갈등은 이제 그룹 차원으로 번졌습니다. SK가 LG화학뿐 아니라 LG전자로까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하면서 입니다. LG화학 역시 압도적인 특허 수를 내세워 SK에 대한 역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확전은 소모적일 뿐이라는 걸 양사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 그치지 않고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딘 소송전보단 여론전 양상이 강합니다. 일본 수출규제로 국가적 갈등이 심화된 마당입니다. 10일 LG화학이 입장자료를 통해 최근 유럽과 중국 배터리기업들의 선전은 양사간 소송전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양사가 모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측 모두 CEO 간 만남의 장을 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만남 소식은 왜 들려오지 않는 것일까요.

정부의 개입 여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창한 자리일 필요도 없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어떤 다른 이유를 들어 양사 CEO를 한자리에 부르고, 본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다른 차원의 협력을 슬쩍 맺으면 됩니다. 이렇게 못 이기는 척 손 잡으면 시장도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정부는 중재자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인정받을 것입니다. 양사로서도 이번 일을 자양분 삼아 경쟁하고 또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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