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못으로 뚫고, 불을 붙여도…ESS 배터리 불 안 붙었다

[르포] 못으로 뚫고, 불을 붙여도…ESS 배터리 불 안 붙었다

기사승인 2019. 10. 24. 13:3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삼성SDI, ESS 배터리에 적용 '특수 소화시스템' 시연
못으로 뚫는 강제발화 테스트에도 화재 안 일어나
전영현 사장 "화재 제어 100% 확신…ESS 생태계 회복"
삼성SDI 울산사업장르포#1
삼성SDI 허은기 전무(오른쪽)가 ESS 모듈 커버에 불을 붙이는 시연을 통해 특수 소화시스템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제공=삼성SDI
지난 23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삼성SDI 울산사업장 안전성 평가동.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배터리의 낙하·압축·진동·관통 등의 테스트가 이뤄지는 곳이다.

‘철커덩’ 소리와 함께 모듈&셀 실험실의 두께 15cm 남짓한 철문이 굳게 닫히고, ESS 배터리 모듈을 못으로 뚫어 강제적으로 발화시키는 실험이 시작됐다.

먼저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모듈에 못이 서서히 박히기 시작했다. 실험실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는 기자들과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퍽’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연기가 빠르게 번졌다. 관통된 셀의 온도가 순식간에 300℃까지 치솟았지만 불꽃이 튀거나 발화는 없었다. 인접한 좌우 셀의 온도도 50℃ 수준에 머물렀다. 모듈 내 첨단 약품과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된 특수 소화시스템이 열 확산을 막았기 때문이다.

소화시스템이 적용되기 이전 모듈의 시연은 앞선 결과와 판이했다. 못이 배터리 셀을 뚫자 주황색 불꽃이 사방으로 튀더니 해당 셀은 물론 주위 셀까지 온도가 치솟으면서 급기야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 콘크리트 두께가 80cm에 달하는 방폭 실험실 밖에서도 배터리 폭발음이 크게 들릴 정도였다. 강제 진화 후 모듈의 일부는 흉물스럽게 녹아들었다.

이날 비교 시연은 삼성SDI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대책인 ‘특수 소화시스템’의 화재 확산 방지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화재 원인이 배터리 문제는 아니지만 외부 요인으로 불이 날 경우에 대비해 ESS 시스템에 미국의 강화된 소방안전기준에 맞춘 특수 소화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해도 제어가 가능해 100% 안전하다고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SDI 울산사업장르포#3
전영현 삼성SDI 사장(가운데)과 허은기 전무(왼쪽)가 23일 안전성평가동에서 실시한 소화시스템 시연에 참석해 ESS 안전성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삼성SDI
이달부터 새롭게 도입된 특수 소화시스템은 소화용 특수 약품을 처리한 주황색의 벨트 형태 부품과 800℃의 내열 성능을 가진 운모(MICA)를 비롯한 복합재질로 구성된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된다. 특수 약품으로 처리된 주황색 판이 모듈 커버에 부착돼 셀을 감싸고, 열 확산 차단제가 셀 사이사이에 삽입돼 특정 셀이 발화하더라도 열을 고립시켜 인접한 셀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모듈 커버에 장착되는 주황색 부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캡슐형태의 소화 약품이 담겨 있다. 이날 시연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불에 주황색 부품을 올리자 ‘타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초 안에 불이 꺼졌다. 부품에 불이 옮겨 붙지 않고 미세한 캡슐 형태의 약품이 불꽃 위로 순식간에 쏟아지면서 불을 끈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7년부터 잇따르는 ESS 화재가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아닌, 낙뢰나 고전압, 설치 및 운영상의 부주의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국민과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강도 안전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미 외부 전기적 충격에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3단계 안전장치 설치, 충격 센서 부착, 배터리 상태의 이상신호를 감지해 운전 정지 등을 할 수 있는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여기에 특수 소화 시스템까지 적용해 화재 확산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설치·운영 중인 1000여개소에도 1500억~2000억원을 들여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전영현 사장은 “이미 설치·운영 중인 ESS 시스템을 전부 교체하기까지 7~8개월 정도 걸리지만 가능한 한 시간을 앞당길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ESS 산업의 생태계가 회복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ESS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