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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리딩뱅크 도전하는 조용병] ② 오렌지라이프 꿰차 리딩뱅크 굳히기…‘원신한’까진 ‘험로’

[아시아리딩뱅크 도전하는 조용병] ② 오렌지라이프 꿰차 리딩뱅크 굳히기…‘원신한’까진 ‘험로’

기사승인 2019.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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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결합이 대도약 과제
내년 완전자회사로 신한생명과 한몸
이질적 조직문화·업황 둔화 장애물
일각 "통합 출범까지 2~3년 걸릴듯"
'연임 유력' 조 회장 리더십 발휘 주목
조용병
“리딩뱅크 여의주를 물었다.” 지난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오렌지라이프(옛 ING 생명) 인수에 성공하자 금융권에서 나온 평가다. 2017년 3월 부임한 첫해 KB금융지주에게 일등을 내준 조 회장은 생보업계 6위였던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으며 1년 만에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았다. 그룹 내 비은행 수익 증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KB금융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리딩뱅크 굳히기에 들어간다. 오렌지라이프 순이익이 모두 신한지주 실적에 반영된다. 특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치면 자산 66조원으로 몸집이 커져 단숨에 업계 4위로 올라선다.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조 회장의 ‘원 신한’ 전략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관건은 오렌지라이프를 어떻게 ‘하나의 신한’으로 끌어안아 시너지를 내느냐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금융지주 계열과 외국계 생보사간 이질적 문화의 화학적 결합이 최대 과제다. 합병에 따른 임직원들의 구조조정 우려와 보험업황 둔화 등도 극복해야 한다. 통합 출범까지는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내년 1월 28일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3350만주)를 9584억원(주당 2만8608원)에 매입해 14번째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 지난 2월 지분 59.15%(4850만주)를 2조2989억원(주당 4만7400원)에 인수했다. 9월 말 기준 자산 32조6970억원의 오렌지라이프를 총 3조3000억원에 사는 셈이다.

조 회장에게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절실했다. KB금융은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연달아 사들이며 2017년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 2008년 이후로 약 9년간 리딩금융 지위를 유지해온 신한금융엔 뼈 아픈 일이었다. 이에 조 회장은 생보사 인수·합병(M&A) 승부수를 던졌다. 비싼 인수 가격에 대한 내부 반대에도 뚝심으로 밀어붙여 협상을 성사시켰다.

조 회장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지난해 다시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으로부터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신한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8960억원으로 KB금융(2조7770억원)을 제쳤다. 오렌지라이프 지분율 59%에 해당하는 순이익만 반영된 것으로, 내년 잔여지분을 인수하면 연간 1100억~1200억원 가량 실적 상승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오렌지라이프의 3분기 누적당기순익은 2116억원을 기록했다.

나아가 비은행 확대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강화도 성과로 꼽힌다. 신한금융 내 비은행 비중은 34%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다. 신한금융은 계열사와 협력사업 또는 조직 효율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시너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내년 말 또는 2021년 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까진 각사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신한생명(33조6350억원)과 오렌지라이프(32조6970억원)의 자산을 합치면 66조3320억원에 달해 업계 4위에 오른다.

관건은 내부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리적·화학적 결합이다. 양사는 조직 문화가 상이하다. 신한생명은 임원-부서장-중간관리자-직원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직급체계를 가진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외국계 생보사로서 색깔이 뚜렷한데다 수평적인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판매 채널과 상품, 설계사 구성도 다르다. 신한생명은 판매 채널이 다각화돼 있고, 오렌지라이프는 개인 채널 위주로 돌아간다. 신한생명은 중장년의 여성이 많다면, 오렌지라이프는 20∼30대 남성의 설계사가 많은 편이다. 고용보장과 관련한 노조와 협상도 해결 과제다. 실제 설계사 감소로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신한생명 한 관계자는 “양사가 수당구조와 연봉 수준 등이 많이 달라 이런 문제의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한 관계자는 “각사의 문화, 업무적 차이를 ‘갭 분석’한 것에 대해 논의를 하고 양사의 차이점 등을 공유하고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과거 LG카드 통합 사례처럼 양사가 결합하는 데 신한금융의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시각은 내부에서도 존재한다. 2021년을 통합 시점으로 잡았지만 신한금융 일각에선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07년 통합된 신한카드와 LG카드의 경우 전산과 노조 등 유기적인 통합을 마무리하는 데 2년 가량이 걸렸다. 두 조직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신한금융은 공동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부 인력과 부서를 교환·배치했다. 전산시스템 통합 작업에도 착수했다.

저금리와 시장포화로 보험업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수익이 줄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3분기 대비 20% 가량 급감했다. 잔여지분 주식교환 가액 차(4만3336원:2만8608원)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원만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 연임에 파란불이 켜진 조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연임을 위한 치적 쌓기라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원신한 시너지’ 창출을 위한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두 회사의 합리적인 화학적 결합 방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잔여지분 인수 완료일을 기준으로 사명 변경과 인사, 조직 개편 등 모든 부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는 통합보다 100% 완전 자회사 전환이 우선 목표이고, 통합과 관련한 로드맵을 설정한 것은 맞지만 기간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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