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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악용되는 물건들, 판매금지로 해결될까

범죄 악용되는 물건들, 판매금지로 해결될까

기사승인 2023. 10. 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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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범죄 우려에 정부, 판매 금지로 선제적 조치
"어떤 물건이든 범죄자가 사용하면 흉기"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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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들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면서 판매 금지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판매금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짜 임신테스트기가 해외 직구(직접구매) 형태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어 관세청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국내 수입통관을 차단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지난 27일 밝혔다.

식약처가 이같은 조치에 나선 건 최근 전 여자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42)와 결혼을 발표했다가 각종 의혹으로 헤어진 전청조씨(27)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전씨는 가짜 임신테스터기를 이용해 남씨가 스스로 임신했다고 생각하도록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임신테스트기는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은 물이 닿으면 실제 임신테스트기처럼 두 개의 빨간 줄이 표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모방 범죄 우려가 제기돼 정부에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8월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에서도 피의자 최윤종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너클을 구매한 뒤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여전히 온라인에서 단 돈 몇천원이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범죄에 악용돼 판매가 금지된 사례는 과거부터 꾸준히 있었다. 지난 2015년에는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염산으로 추정되는 용액을 뿌려 화상을 입히는 등 유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염산, 황산 등 화학물질의 온라인 판매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온라인 장터 업체들간 협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흉기인 도검류가 규제 대상에 추가된 것은 1980년대 초였다. 80년대 중반에는 실제 총포와 흡사한 금속제 모의 총포 제조와 판매 소지가 금지되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호신용 가스 분사기나 전자충격기도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단속 대상이 됐다. 현재 이 같은 무기류들은 관할 시도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수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유통이 쉬운 탓에 규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범죄 악용 가능성이 매우 커 판매 금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음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물건이 바로 초소형 카메라다. 지난 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지만, 당시 청와대는 "금지보다는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놔 논란이 일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엄격하게 조치한다고 하더라도 일상적인 물건을 이용한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순 없어 한계가 있다"며 "어느 물건이든 결국 문제는 사용자다. 범죄자가 사용하면 흉기가 되는 것이다. 성급하게 접근하면 불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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