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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국적 미보유 모른 채 성인 된 남매, 대법원서 구제

[오늘, 이 재판!] 국적 미보유 모른 채 성인 된 남매, 대법원서 구제

기사승인 2024. 04. 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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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父·외국인 母 사이 태어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됐다가 말소돼
법무부 국적비보유판정에 행정소송
"주민등록번호 부여 공적 견해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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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버지와 중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고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다면 국적을 부여해야 마땅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모가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지만 이로 인해 자녀의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중대한 불이익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남매인 A·B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비보유판정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B씨가 태어날 당시 이들 부부는 법적으로 혼인 상태가 아니었다. 다만 관할 행정청은 2001년 출생신고를 받고 두 사람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음을 전제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가족관계등록부도 작성됐다.

이후 A·B씨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자, 행정청은 최초 출생신고가 '외국인 모와의 혼인외자의 출생신고'에 해당해 정정 대상이라는 이유로 A·B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말소했다. 두 사람은 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등재됐으나 국적이 중국으로 표시됐고, 부모가 별도의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됐다. 두 사람은 2019년 국적보유판정을 신청했으나 법무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복수의 행정청이 A·B씨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문서인 호적부,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표에 등재한 후 수년간 계속 관리해온 것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취지의 공적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다"며 두 사람의 국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그 후 출입국관리 행정청이 부모에게 국적 취득 절차를 안내한 이상 부모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며 법무부의 국적비보유판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행정청이 A·B씨가 공신력이 있는 주민등록번호와 이에 따른 주민등록증을 부여한 행위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A·B씨가 미성년자였을 때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국적 취득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부모가 국적 취득 안내를 받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나 A·B씨에 대해서도 안내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오히려 각각 17세가 되던 해 주민등록증이 발급됨으로써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정당하게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며 "A·B씨의 신뢰에 반해 이루어진 판정으로 평생 이어온 생활의 기초가 흔들리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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