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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단’ 서해 5도 해양주권 수호의 ‘출사표’(出師表)

‘특경단’ 서해 5도 해양주권 수호의 ‘출사표’(出師表)

기사승인 2017. 04. 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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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전쟁터' 서해 바다 지키기 마음 하나로 출사표 국민 앞에 올려...우리 어족자원 파괴, 불법 자행 중국 어선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공권력 의지 표명
홍익태 해경본부장 1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
그 옛날 제갈량이 군대를 이끌고 출전하기에 앞서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로 우국의 진심을 전했다. 지금 우리는 서해 5도의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 또 하나의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나라 어업의 전초기지, 서해바다는 수많은 어족자원의 보고이자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서해바다는 한때 ‘사흘 벌어 1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어업의 황금어장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풍요로운 우리 바다에 최근 불청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다.

특히 서해 5도 인근의 불법조업 중국 어선의 경우 폭력 저항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러 단속 과정에서 쇠파이프나 흉기를 휘두르며 해경을 위협하는 일들은 예사로운 일이 됐다. 사람 키보다 높은 쇠창살로 배 전체를 두르고 해경이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수십 척 씩 떼를 지어 단속 해경을 몰아 세우는 등 ‘해전’을 방불케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곤 한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에는 소청도 남서방 해상에서 단속 중이던 해경 고속 단정을 중국 어선이 고의로 들이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참으로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 어선 폭력 저항의 강도가 심해져 단속 도중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이청호 경사를 비롯한 순직자들과 수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불법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의 단정을 침몰시키고 달아나는 사례는 처음이었다. 공권력에 대한 침해 행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폭력 사용 같은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사용 매뉴얼에 입각해 대처토록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모두 18차례에 걸쳐 공용화기를 이용해 단속했다. 그 결과 우리해역에 침범한 불법 어선의 숫자가 전년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 들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북방한계선(NLL) 해역과 같은 특수 지역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은 여전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NLL해역이 남북한도 아닌 중국의 불법 어선이 판을 치는 형국이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경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하는 것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큰 NLL 해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도 모두 꽃게잡이 조업과 관련해 교전이 촉발됐을 정도로 NLL 해역은 화약고나 다름 없는 곳이다.

중국 어선은 이런 남북대치 상황을 교묘히 악용하여 남북한 해역을 오가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때로는 중국 어선이 나포작전 중인 해경 특공대원을 태운 채로 북측 해역으로 달아나려고 시도하는 등 날로 그 수법이 지능적이고 대범해져 가고 있다. NLL 뿐만 아니라 서해 특정 해역도 중국 어선의 조업이 금지된 곳이다. 지난해 해경 단정 침몰 사건이 발생한 곳도 바로 이 해역이다. 기상이 나빠져 나포작전이 어려울 때나 야간을 틈타 집단으로 침범하는 소위 ‘꾼’들이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특정 해역에 대한 경비 임무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해경은 불법 중국 어선을 단속할 전담조직, 그중에서도 NLL 근해와 특정 해역을 책임질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창단했다. 경비단 안에 특수진압대를 둬 연평도와 대청도에 전진 배치하고 경비함정도 대폭 증강시켜 중국 어선의 단속과 우리 어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 마디로 NLL 근해 불법 중국 어선 단속의 종합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특경단 신설은 단순히 중국 어선을 단속하고 퇴출시킨다는 문제 해결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 어족자원을 파괴하고 불법을 자행해 온 중국 어선에 대한 공권력의 강력함을 보여 주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의지의 표명이다.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의 창단으로 단숨에 서해 5도의 불법 중국 어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갈량이 북방을 수복하기 위해 위나라 토벌을 떠나면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자 결연한 의지의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듯이 우리 서해 5도 특별경비단도 전쟁터가 돼 버린 서해 바다를 지키기 위한 마음 하나로 출사표를 국민들 앞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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