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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①저작권-아이디어 도둑 어디까지 봐줘야 하나

[칼럼][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①저작권-아이디어 도둑 어디까지 봐줘야 하나

기사승인 2017. 05.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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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는 법무법인 지평과 함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 상식이나 최신 판결을 소개하는 ‘이런 법률 저런 판결’ 칼럼을 새로 연재합니다. 2주에 한 번씩 소개되는 칼럼은 저작권·상표·특허·영업비밀 등 지적재산권 분야와 개인정보 보호·정보기술·인터넷·뉴미디어 등 IT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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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똑같이 베꼈는데 표절이 아니라니!”

다소 분노(?)가 섞인 탄식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스스로 전문분야 법 지식이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열패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승복할 수 없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5년 전쯤인가 MBC 드라마 ‘까레이스키’ 표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이었다.

소설 ‘텐산산맥’이 먼저 출간됐고, 이어 방송드라마 ‘까레이스키’가 방영됐는데 소설가 입장에서는 “저 드라마는 너무나도 버젓이 내 소설을 베꼈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 뻔하다.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졌다면 몇 년을 소송에 매달렸을 텐데, 패소판결을 받아 든 소설가가 느꼈을 좌절감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소설 ‘텐산산맥’과 드라마 ‘까레이스키’는 모두 일제치하에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이라는 공통된 배경과 사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따라서 주인공들이 일제 식민지로부터 탈출하고, 연해주에 정착한 과정,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공통된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제정 러시아의 붕괴, 볼셰비키 혁명, 적백내전, 소련공산정권의 수립, 스탈린의 공포정치 등 러시아의 변혁 과정에서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에 사는 한인들의 기구한 역정을 묘사한 부분이 상당히 유사하고, 심지어 등장인물의 대사까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소설가에게 좌절을 안겨준 이론은 소위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이라는 원리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해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된 것만을 보호할 뿐, 표현돼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과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다른 표현형식을 만들어내면 적어도 저작권 침해는 되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은 모든 저작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설·드라마·음악·영화·게임 등에 모두 해당된다.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게임복제도 마찬가지다. 히트 치고 있는 모바일게임을 비슷하게 차용해 만들어 출시하더라도 표현형식이 다르게 구현돼 있다고 평가되면 저작권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렵게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낸 사람이나 스타트업은 그러면 아무런 방도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법원의 입장은 비록 저작권으로 보호해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기업이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이룩한 성과나 아이디어를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 의율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 최근에 내려진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사이의 게임표절분쟁에서 내려진 법원의 입장이다. 이제는 남의 아이디어를 부정한 수단으로 훔쳐가는 것이 무조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승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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