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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필요한 역량

[기고]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필요한 역량

기사승인 2016. 09.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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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석교수
이민석 국민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10여년 전에 포스트 PC라는 단어가 크게 회자되고 지금은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지금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시대를 넘어간다는 것이 이전 시대의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롯이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이전의 중요했던 가치들은 이제 경쟁의 요소가 아닌 시장 진입을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요소로 바뀐 것 뿐이다. 그리고 아직 보편적 제품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역량들이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

늘 시대를 넘어갈 때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인프라를 이용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들이 시도된다. 그 가운데 일부가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다시 그 위에서 더욱 창의적인 서비스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거친다. 포스트 PC 시대에는 주로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제공됐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중대한 가치는 사용자‘들’이 아닌 사용자 ‘개인’으로 관점을 바꿔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도 모바일 인프라는 역시 중요하지만 시장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사용자 개개인의 기능적 요구나 취향, 나아가 내면의 욕구를 만족하는 데 최적화돼 있는가이다.

이러한 관점의 이동에는 데이터 분석이라는 기술적 요소와 인문학적 상상력이 개입된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이전의 시대와 완전히 다른 위대한 시대가 될 거라는 근거를 하나 꼽으라면 그것은 개별 사용자가 처한 환경, 또는 ‘문맥’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이제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사용자 개개인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의도와 얻고자 했던 내면의 가치를 높은 수준의 정확도로 알 수 있게 됐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기차역이 기차를 기다리는 곳이라는 기능적 역할을 넘어 어딘가에 가서 누군가를 만날 것을 기대하는 곳임을, 이제는 어떤 천재의 인사이트가 아닌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게 됐고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관점을 ‘기차를 편하게 기다림’이 아니라 ‘나의 특별한 만남’으로 바꾸고 전혀 새로운 서비스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그 융합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거의 유일한 도구는 소프트웨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전에는 사용자 개개인이 가진 욕망, 어떤 장소나 행위가 가지는 내면의 가치들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문학, 예술, 그리고 과학적 상상력에 의해 정의돼 왔다. 이제 그 욕망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드러나고 내면의 가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의해 만질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이 융합의 과정에서 각 참여자들에게는 공감 능력과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소통 능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적 소통 역량이란 문제 정의, 그에 따른 데이터의 분석, 나아가 논리적이고 절차적인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최근 전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 열풍도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그 변화를 주도하기 위함이다. 특히 필자가 속한 국민대학교를 처음으로 대학들이 비이공계 학생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이유 역시 각 전공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이 결국 소프트웨어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모든 학생들은 소프트웨어적 소통 역량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융합,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그 역량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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