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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진에어를 둘러싼 정부의 ‘모순·이율배반·자가당착’

[기자의눈] 진에어를 둘러싼 정부의 ‘모순·이율배반·자가당착’

기사승인 2018. 05.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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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차장 / 경제산업부
중국 전국시대의 초(楚)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이 창은 예리해서 어떤 방패라도 꿰뚫을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방패의 견고함은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한다”고도 자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당신의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하고 물었더니 상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뜻할 때 이 창과 방패를 빗대서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최근 진에어의 항공 면허 취소 논란을 볼 때 2000년 전 시장에서 창과 방패를 팔던 중국 상인의 어폐가 떠오른다.

국토부가 면허 취소를 검토하는 이유는 외국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계열사인 진에어의 등기 이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조 전무의 이사를 허가한 주체는 다름 아닌 국토부다. 잘못된 것을 감시해야 할 정부에서 2010년 허가를 내줬다가 이제와 “잘못됐으니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가당착의 오류다.

잘못된 오너의 행태와 이를 바로 잡을 정부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2000여명의 직원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틀린 것을 바로 잡으려는 행동을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실수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는 모르쇠로 일관한 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전력투구하는 정부의 ‘미봉책’에는 실망이 앞선다.

당시 좀 더 면밀히 검토했더라면, 아니 규칙과 규정대로 처리하기만 했다면 2000여명(직원의 가족과 종사자를 포함하면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마음을 졸이는 일이 발생했을까?

언제까지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렉세 드 토크빌의 격언 뒤에만 숨어만 있을 것인가. 잊지 말자.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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