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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피고인의 권리만큼 중한 피해자의 목소리

[기자의눈] 피고인의 권리만큼 중한 피해자의 목소리

기사승인 2018. 11.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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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목소리 내기 어려워 의견진술권 장려해야
황의중 기자의 눈
최근 벌어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여론을 뜨겁게 달군 것은 범행의 잔혹성도 있지만 심신미약을 이유로 가해자가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는 재판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가 소외받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가해자는 재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쉽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법관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피해자의 고통은 문서로 전달되다 보니 피고인의 호소나 변호인의 현란한 변명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 의견진술권을 도입한 것도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해보겠다는 취지였다. 형사소송법 294의2조는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신청을 통해 법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직접 호소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홍보 부족과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제도를 실제 이용하는 피해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장에서 직접 형사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직접 법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한 판사는 “피고인의 감경 사유만 듣다 피해자의 생생한 고통을 듣다 보면 양형을 감경하려고 하다가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무게를 두던 사법당국이 피해자의 권리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피해자 의견 진술권을 폭 넓게 인정해 재판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 대부분이 피해자의 ‘피해 영향 진술권(VIS)’을 보장하고, 일부 주에선 형량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양형 의견 진술권(VSO)’도 도입하고 있다.

흉악범죄가 늘수록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중요해지고 있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치유도 그 방법이겠지만 재판 과정 역시 중요하다. 법원과 사법당국이 피해자 의견진술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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