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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김하늘/사진=필라멘트픽쳐스 |
배우 김하늘이 멜로퀸과는 반대되는 색다른 변신을 보여줬다. 메마른 일상에서 인간의 추악한 내면 심리를 끄집어내며 결국 파멸하는 여교사로 변신했다.
김하늘은 "감정적 불편함이 많은 작품이었음에도 배우로서 꼭 욕심난 작품이었다"고 밝히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김하늘이 맡은 효주는 생존을 위해 자존감마저 포기한 인물이다.
"캐릭터는 외면하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운동장에서 무릎을 꿇는다던가, 학생한테 '선생이 아니다'는 말을 듣는데, 이 친구가 처한 상태가 주변에 있다면 외면하고 싶을 만큼 감정적으로 불편함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배우이다 보니 연기적 욕심이 생기고 표현하고 싶었던 게 많았어요."
작품 속 주로 사랑받는 여자였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악마 같다" "널 사랑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주제에. xxx" 같은 거친 말을 들어야 했다. 자칫 우울감으로 빠져들 수도 있었지만, 당시 연인(지금의 남편)이 있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가 사랑받는 역할을 20년 동안 했더라고요. 그런 역을 하다가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대사를 들으면서 연기할 때 감정이 안 좋았어요. 다행히 그 시기에 사랑받고 있는 시기였어요. 정말 고맙게도 그 부분이 도움 많이 됐어요. 저는 연기할 때 컨디션을 좋게 끌고 가서 연기하는 편이예요. 안 그러면 몰입을 못해요. 그 당시에 제가 나쁜 컨디션이었으면 힘들었을 텐데 당시에는 연기하고 돌아서면 저는 그런 효주가 아니니까 다시 몰입하기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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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주를 연기하는 동안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좋은 장면이 꽤있어요. 그 중에서도 상상 못하신 장면일 텐데, 재하가 체육관에서 효주에게 '당신을 사랑한 게 아니다. 너무 싫다'고 말하고 이에 효주가 모멸감을 느낀 뒤 바로 혜영이한테 찾아가서 '나랑 얘기좀해'라고 하는 얼굴이 좋더라고요. 어떻게 해야할 줄 모르는 그 감정이, 제 얼굴이 아닌 거예요. 핏발 선 초조한 느낌이 저는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김하늘은 외롭고 쓸쓸한 효주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푸석한 얼굴을 만들고 무채색 의상으로 삭막함을 끌어올렸다.
"감독님께서 제 색깔을 벗기고 싶었나봐요. 색감 등 전에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뺐는데, 잘한 거 같아요. 어떤 장면은 너무 못생겨서 멜로였다면 항의했을 것 같은 장면들도 많은데, 효주라서 좋았어요. 아 그리고 효주가 계속 들고 나오는 가방은 제거였어요. 의상팀이 시장에서 가방을 사와도 오래된 느낌을 만들기가 어렵다보니 감독님께서 당시 제가 한참 들고 다니던 가방을 보더니 이거다 하셨죠."
2016년은 김하늘에게 있어 의미 있는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하며 한 남자의 아내가 됐고, 배우로서는 '공항 가는 길'과 '여교사'를 통해 배우로서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하면서 새로운 변신에도 성공했다.
"오랫동안 로코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로코가 너무 좋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연기적 욕심이 정말 많아졌어요.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도전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어릴 때는 실수를 해도 아직 어리고 신인이니까 도전할 수 있지만, 지금은 더 소극적일 수 있는 나이와 경력이거든요. 그럼에도 저는 사랑을 많이 받아서 흥행이 덜 되어도 저를 사랑하는 분들 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공항가는 길'과 '여교사'도 저한테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이지만, 제 용기에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주니 앞으로 배우로서 더 펼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면 겁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